"정치는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포용해서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기업인 출신의 정치인이나 국가지도자가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다. 포용의 리더십을 해야 하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나가는 정치인이 돼야 하며, 그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성공하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가 사회 갈등 해결 연구를 위한 영국 출국에 앞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지사는 2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서 당원들을 만나기 전 기자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김 전 지사는 지난 제19대 대통령선거 때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연루 혐의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구속됐다가 지난해 12월 28일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으로 2027년까지 선거에 나올 수 없다.
"한국 사회 갈등 심각, 다른 나라 경험 공부"
김 전 지사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사회갈등 해결을 연구하기 위해 오는 5월 중순경 가족들과 출국한다. 영국 정경대학에서 객원교수 자격으로 연구하게 된 김 전 지사는 지역정책, 환경, 기후위기를 다루는 학과라고 소개했다.
먼저 기자들을 만난 김 전 지사는 "떠나기 전 당원들한테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 일정을 잡았다"며 "기자들과도 차를 한 잔 나누었으면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온(출소) 뒤 도민들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며 "지금도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도지사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은 어떤 이유로도 죄송하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대단히 송구하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여러 사정으로 공식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이번 기회에 도지사 시절에 가졌던 궁금증이라든지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공부를 하려 한다"며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폭넓은 시각으로 보고 싶었다"며 유학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처럼 갈등이 심한 사회는 없었던 것 같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각하다. 대한민국 국가 미래를 갈아먹을 정도다. 그런데 갈등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유럽 여러 나라의 역사를 보면 큰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가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만든 사례들이 있다. '갈등과 대립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국민들이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어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는 부강해졌는데 국민은 불행하다' 이런 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에 대해 다른 나라의 경험을 보면서 공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객원교수 자격으로 연구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객원교수, 객원연구원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런 저런 경력을 보고 학교에서 판단해 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안다"며 "객원교수 자격으로 가기에 협업을 할 것이고, 프로그램을 학교와 협의를 해 할 것 같다. 제가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풀어나가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배우려고 한다"고 답했다.
"부울경 좌초, 반복되지 말아야"
김 전 지사는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메가시티)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김 전 지사 때 추진되다가 지난해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폐기를 선언하면서 부울경 행정통합을 내세웠다.
김 전지사는 "도지사로 재직하면서 추진했던 여러 정책 중에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됐다"며 "선거를 통해 도지사나 대통령이 바뀌면 그 전에 사회적으로 노력을 하고 심혈을 기울였던 일이 하루아침에 좌초되기도 하는 게 반복되면 국가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하면서 경남도의원 간담회를 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하기도 했는데, 정작 경남 출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하지 못했던 것 같고, 합의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그것이 잘 진행됐다면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순연하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며 "선거는 4년, 5년마다 있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런 홍역을 치르면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된다. 국민이 해야 하는 일이 좌초되거나 늦어지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이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일본 간사이 특별연합이 있다.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를 하나로 묵었다. 얼마 전에 4박5일 일정으로 가서 대중교통만 타고 다녔던 적이 있다"며 "우리 수도권보다 훨씬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어느 도시에서건 출퇴근이 가능하고,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민도 편리하게 생활권 연결돼 있었다. 산업, 관광, 복지 등 시너지 효과도 있다. 그런 게 특별연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은 먼 미래의 일이다. 특별연합의 기반을 가지고 행정통합을 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 행정만 통합한다고 광역생활권 초광역 경제권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병행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독일의 난민 수용에 대해선 "메르켈 전 총리가 2015년에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수용한다고 발표했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6%가 찬성한 것으로 나왔다"며 "그 시기에 다른 유럽 나라는 1만 5000명 정도 수용하는데도 홍역을 겪었다. 독일은 그동안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복권 관련한 질의에, 김 전 지사는 "제가 무엇이 되는가 하는 것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사회적인 움직임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오면서 했던 고민과 맥이 닿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왜 시민을 강조했는지? 노 대통령의 책을 다시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고 답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정치를 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여러 사회 문제점을 실현하고 다 할 줄 알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니 정말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고 국민들이 요구하고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다'라고 했다"며 "우리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건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정치권이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당내 문제에 대해선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당이나 정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향후 정치적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그때 어떤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지사는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민주당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스스로 혁신하고 변하기 위해 노력했을 때 국민 지지를 받았다"며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 조직은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혁신하고 고민을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혁신의 방향이나 내용들은 당에서 지혜를 모아 잘 풀어나갈 것이라 본다"고 대답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지난 23일 뵙고 왔다. 1년 정도 영국에 다녀오게 될 것 같다고 인사를 드렸다. 대통령께서도 격려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때 사면복권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김 전 지사는 "많은 분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문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사면 문제가 있었다. 그때 제가 적극적으로 사면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건의를 드렸다. 측근 사면을 임기 말 대통령이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사면을 받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오해를 불식시켰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말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 가지만 말하면 기업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결과가 괜찮으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포용해서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기업인 출신의 정치인이나 국가지도자가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포용의 리더십을 해야 하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나가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도 그런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후 김 전 지사는 부인 김정순씨와 함께 1시간 동안 당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