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 뒤 처음으로 사업주가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26일 오전 경남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지웅 부장판사, 박연주·홍진국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괴실치사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성아무개(69) 함안 한국제강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한국제강에서 지난해 3월 16일 설비 보수를 하는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크레인의 낡은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떨어진 무게 1.2톤 방열판에 깔려 숨졌다.
검찰은 성아무개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강아무개(64) 대표, 한국제강 법인을 기소했고, 결심공판에서 성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2년, 회사에 벌금 1억 50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협력업체 강아무개 대표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40시간, 한국제강 회사에 대해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1990년 설립된 한국제강은 철근 제조·판매를 해온 중견기업으로, 성아무개 대표는 2007년부터 경영책임자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현재까지 있었다. 한국제강에서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2010년 6월 9일 검찰·고용모동부의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2011년에 벌금형을 받았고, 2020년 창원고용노동지청의 사고예방감독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2021년 3월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또 한국제강은 2021년 5월 24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202년 2월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2021년 5월 27일 정기감독에서는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2021년 11월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성 대표이사에 대해 재판부는 "협력업체 노동자의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망사고 이후 2022년 6월 9~10일 사이 한국제강 사업장에 대해 실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 총 21건의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불이행 사항이 적발됐다"고 했다.
강지웅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사고를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견지에서, 경영책임자 개념을 신설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한편, 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중하게 처벌한다"고 말했다.
한국제강에서 자주 발생했던 산업재해와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례를 언급한 강 부장판사는 "사업장에는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제강 측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주장한 것과 관련해 강 부장판사는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었고, 유예기간 중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고려하면 준비기간 부족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겁게 엄중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중대재해처벌법의 힘이다"
한국제강 사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나온 법원 판결로,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기는 처음이다. 경기도 고양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던 중대재해에 대해 법원은 지난 4월 6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원청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원청 현장소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안전관리자에 벌금 500만 원, 하청업체 현장소장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한국제강 관련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하고 있다. 이날 선고 현장을 지켜본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네트워크)는 "한국제강 대표이사한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점에 대해 매우 환영한다"며 "그동안 산업재해·중대재해와 관련해 법원이 보였던 태도가 실망스러웠다. 지난 1호였던 고양 사고에 대해 법원은 경영자 책임을 묻기는 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에는 실형 선고를 해서 진일보한 재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한국제강은 340명의 종업원을 두고 일부 업무에 대해 개인사업자에 도급을 줬다.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같다. 이전에 여러 차례 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사실을 두고 볼 때, 이번에 선고된 형량이 높다고 할 수 없으며 상당 부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힘이다. 2023년 4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의 이유를 보여준 날이다. 오늘은 사업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오늘 사법부가 생명과 안전을 바라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염원에 화답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강력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판결로 보여줬다"면서 "특히 오늘 판결이 의미가 있는 것은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 원청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었다는 사실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오늘의 판결에 주목할 것이며, 노동자는 일하다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