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외교참사' 논란을 계기로 부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점점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번엔 동네별로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이 켜진다.
부산 해운대, 수영구, 남구 촛불행동(준)은 27일 오후 7시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통령 인터뷰를 보면 속이 터진다. 몇 명이 모이든지 집회를 열어 대통령을 향해 직접 쓴소리를 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퇴진' 구호를 내건 부산지역의 촛불행동은 그동안 도심의 중심인 서면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26차례나 이어졌는데, 최근 한일정상회담과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이후 집회는 각 구·군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부산 북구 주민들이 지난 20일 촛불을 든 데 이어 이날 해운대·수영구·남구가 이를 넘겨받았다.
촛불행동 소속이 아니지만, 주민 집회에 나선 곳도 있다. 지난 21일 영도구 주민으로 꾸려진 친일·굴욕외교 규탄 영도주민행동이 1호선 남포역 앞에서 두 번째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안중근 의사를 상징하는 '단지(잘린 손가락)' 그림을 들고 '굴종외교 중단', '강제동원 해법 무효' 등을 요구했다.
굴욕외교 규탄 주민모임을 결성한 금정구 주민들은 26일 1호선 부산대역 앞으로 모였다. 매주 저녁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이들은 "수치스러운 대일굴욕외교, 친일정부 반대한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앞세웠다. 이러한 행동은 다음 주에도 계속된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중단없이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아직 '규탄'에 머물고 있지만 두 지역의 외침도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5일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참여연대, 부산여성단체연합 등 40여 개 단체가 '민생파탄, 민주실종, 평화파괴 윤석열 퇴진 부산운동본부' 결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퇴진'을 전면화 한 이들 단체는 윤 대통령 취임 1년인 내달 10일 운동본부 출범과 동시에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로 했다. 지역의 풀뿌리, 여성, 환경, 시민사회, 종교, 정당 등 100여 곳 이상을 망라하는 게 목표다. 박근혜 탄핵 정국이나 과거 항쟁 시기처럼 정권에 반대하는 큰 규모의 불복종 운동으로 대열을 확대하겠단 의도다.
이러한 양상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외신과 나눈 인터뷰가 기름을 부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에 일본의 과거사를 놓고 "유럽은 전쟁을 겪고도 당사국들이 협력하는데 100년 전의 일로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일정상회담 파장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논란이 불거진 것에 이들은 더 크게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의 역사관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지역의 시민단체는 "이런데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부산촛불행동은 이날 부산 동구 항일거리를 찾아 비상시국을 선포하며 "대통령의 입에서 저런 망발이 나오는 것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라고 반발했다.
최지웅 부산촛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취임 1년이 안 됐지만, 여러 분야에서 시국이 엄중하다. 시간을 끌 필요없이 자기가 사는 곳곳에서 전면적인 목소리를 내자"라고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앞으로 우리는 지역별로도 퇴진 외침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