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가 (사)한국도로학회에 의뢰해 추진하는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15만 4000볼트 특고압선 지중화 구간 전수조사가 '깜깜이 조사'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격적인 현장 조사 개시 시점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심지어 공개하지 않는 이유조차 밝히지 않아 불신을 낳고 있다.
안양시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도로학회에서 본격적인 조사 개시 시점 등을 밝히지 않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도로학회 관계자 역시 "조사 현장 책임자가 정보 보호를 요청해서 현장 조사 개시 시점 등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다"라고 문자 메시지로 통보했다. 밝힐 수 없는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했지만 "정보 보호 요청이 있어서"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김정아 '특고압선로 지중화공사 반대를 위한 안양 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 대표는 "사실상 주민들 요구로 하게 된 조사인데, 어째서 조사 시점이나 조사 구간 등을 밝히지 않는지 답답하다"며 "이런 식이면 진정성 있는 조사인지를 믿을 수 없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주민들이 현장 조사 현장을 가고 싶어 해서 안양시에 그 시점 알려 달라고 했더니, 도로학회에서 밝힐 수 없다고 해서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어이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주민들이 원하는 조사 구간은 이미 안양시에 전달했으니, 현장 조사 개시 시점과 조사 구간 등을 정할 때 주민들 의견을 반영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주민들, 심도 1m 미만 구간 등 조사 요청했지만...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안양시 관계자에게 선로가 1m 이하로 얕게 묻힌 곳과 도로 상태가 불량한 곳, 교육시설과 가까운 곳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깜깜이 조사'가 계속되면 주민들 요구가 반영됐는지조차도 알 수 없게 된다.
심도가 1m 미만 구간은 안양 만안구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아파트' 상가 앞(69cm), 부림초등학교 삼거리(80㎝), 비산대교 사거리(89㎝)다. 도로 상태가 불량하다고 지적된 곳은 비산동 관악부영 아파트 정문 앞 도로와 관양동 한가람 세경 아파트 정문 앞 도로, 관양동 부림 초등학교 앞 도로다. 만안구에 있는 한 유치원은 선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조사 요청 대상에 포함됐다.
안양시가 전수조사를 결정한 이유는 지난 3월 30일 조사한 두 곳 중 한 곳에서 기준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와서다. 주민들 요청에 따라 실시한 조사였다. 도로 복구공사 표준 단면은 아스콘 층이 15cm, 자갈·모래·흙 등으로 이루어진 혼합골재 층이 40cm가 깔려야 하는데, 아스콘이 24cm, 아스콘 보조기층인 혼합골재 층이 33cm로 기준에 맞지 않았다.
그러자 안양시는 다음 날인 31일 전수조사를 결정하고 지난달 3일 LG유플러스에공사를 중지를 통보했다. 이어 같은 달 21일 한국도로학회와 계약을 체결했다. 조사 기간은 4월 24일부터 오는 6월 9일까지 45일간이다. 조사 항목은 지중화 공사 구간 아스팔트 포장두께와 다짐도, 지지력 등이다.
조사 구간은 서안양 변전소(박달동) → 안양여고·안일초 인근 → 부림초·달안초 인근 → LG유플러스 테이터센터에 이르는 약 7km 구간 중 하천을 제외한 6.6km구간이다.
시민들은 전자파 유해성과 주거지역 인근 지표면 아래 묻히는 점 등을 우려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시청과 안양역 등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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