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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기자말]
유럽을 다녀온 친구가 커피를 들고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출발 전에 노잣돈으로 쓰라고 쥐여준 커피에 보답이라도 하듯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커피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들려 보낸 커피는 모두 방문한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고 하더군요. 그중 하나는 프랑스의 소규모 출판사에 도착했다 합니다.
 
 프랑스의 작은 출판사에 놓인 커피콩.
프랑스의 작은 출판사에 놓인 커피콩. ⓒ 이훈보

가져온 커피를 맛봐야겠지요. 모처럼 유럽의 로스터리에서 볶은 커피를 맛보기 위해 물을 끓입니다. 93도의 물을 준비해 여러 커피를 맛봅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온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전통의 언어 표현

최근의 커피 전문점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커피 추출에 93~95도 사이의 물을 사용합니다. 저 범위의 온도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운용에도 크게 문제가 없어 상식처럼 사용하죠.

지금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전기 드립포트를 많이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물을 끓인 뒤 스텐(스테인리스) 드립포트에 옮겨 담아 사용했습니다. 교육을 하거나 물 온도를 물어보는 손님들에게 이를 설명할 때는 '너무 뜨거우면 안 되니 끓는 물을 옮겨 담은 뒤 한 김 빠지면 사용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주전자에 꽂아 쓰는 아날로그 온도계 또한 저렴한 가격이 아니어서 흔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죠. 그래서 정확한 수치를 이야기하기보다 경험에 기반해 일상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설명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실전 추출을 바탕으로 확립된 언어 표현이기 때문에 실제로 꽤 적절한 설명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주전자의 물을 커피로 붓기 시작하면 내부의 물 양이 줄어들면서 예상한 것보다 물 온도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300m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해도 주전자에는 더 많은 물을 담아 온도를 유지하며 커피를 내리는 것이 하나의 팁이라면 팁이었죠.

93~95도가 보통의 값이지만 과거와 같은 높은 배전도의 진한 커피는 온도를 조금 낮춰서 88도 가량의 추출을 진행하는 매장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처럼 조금 낮은 물 온도를 사용하는 매장에서는 뜨거운 물에 한 두 알의 얼음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방울방울 점드립을 하는 등 추출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물의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물과 커피의 비율 물의 온도 그리고 커피잔의 형태 등과 같이 정확하게 수치화되지 않은 정보 가운데서 경험을 통해 맛의 정립이 잘 된 커피를 잘 내놓는 집이 맛집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여러 연구 끝에 추출에 적절한 온도가 있다는 결과도 있고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전기 드립포트도 많아져서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커피를 내릴 수 있습니다.

느낌과 추측 그리고 확인

일전의 글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야기했으니 잠시 커피메이커의 온도를 이야기하자면 커피메이커의 작동원리 상 끓는점에 가까운 높은 온도로 추출될 것 같고 그래서 쓴맛이 많이 날 것 같지만 실제로 커피메이커의 물 온도는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모델이 더 좋은 모델로 평가됩니다. 만약 많은 끓는 물이 그대로 커피 위로 쏟아진다면 온도가 과하겠지만 물은 관을 통해 천천히 이동해 토출구로 쏟아지는 만큼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온 기술과 유량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 이유로 만약 적정 커피 양을 이용해 직접 내릴 때보다 커피메이커에서 과하게 진한 맛이 난다면 오히려 물 온도보다는 드리퍼에 담긴 커피양이 많아 내부에서 물고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은 맛으로 나아갈 확률을 높입니다.

또 다른 변수로

이처럼 드리퍼의 모양과 드리퍼 사이즈에 맞는 커피 양은 핸드드립에서도 꽤 큰 변수로 작용하곤 합니다. 드리퍼 사이즈는 쉽게 극복이 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능숙한 바리스타가 아니라면 넘어서기 쉽지 않은 허들이 되지요.

그래서 때로는 바리스타들조차 커피의 알갱이 두께를 조정하는 분쇄도를 이용해 접근하기도 합니다. 물론 분쇄도에 따라 맛의 변화도 있지만 그것은 그대로 변수로 인식하고 각자가 사용하는 드리퍼와 주전자에서 내리는 물의 유량에 맞게 적정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커피는 지나치게 복잡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커피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잠깐 시소를 떠올려 볼까요. 놀이터의 그 시소 말이죠. 멀리서 본 시소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죠. 중심을 땅에 두고 긴 대가 가로지른 채 가만히 서 있습니다. 다만 조금의 균형이 극점에서 크게 느껴지는 것뿐이죠.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커피는 시소와 같다고요.

어떤가요? 조금은 편하게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커피#커피메이커#핸드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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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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