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6.5세, 남성은 80.5세였고, 2070년에 가면 평균 수명이 약 90세로 길어집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년 뒤인 2025년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67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를 넘어서게 되고 전체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은퇴를 했거나 고령자들이 될 것입니다.
삶의 질 중요성 증가, 스마트 기술 발전, 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도시개발 분야에서 고령계층을 고려한 적극적 대응은 미흡합니다. 주거복지 로드맵 2.0만 봐도 청년, 신혼가구를 타깃으로 한 주택공급 정책이나 논의는 상당히 많이 되고 있는 반면 고령자에 대한 고려는 그렇지 못합니다. 인식은 하고 있지만 도시 차원에서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1700만명 베이비붐 세대가 향후 20년간 순차적으로 고령인구에 편입하면서 초고령사회로 변화되는 시점에서, 고령 친화적 도시공간 및 주거환경 구축은 필수적 과제입니다.
고령자 특성에 맞는 일상생활권 등 문제 인식은 있지만 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을 보더라도 고령계층을 고려한 계획적인 내용은 논의가 많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보면 고령자분들께서 가실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식하실 것입니다. 서울에 탑골공원이라든가 종로 2~3가 일대 고령자분들이 많이 모여 계시고 대부분의 활동과 일상을 거기서 보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는 그 곳 외에는 고령자분들이 친밀감이라든가 편안함을 느낄 만한 안전한 곳이 상대적으로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가뿐 아니라 의료, 복지, 경제활동이나 사회적 자본 등도 고령사회에서 대비해야 될 중요한 항목들입니다.
서울시는 2013년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회원도시로 가입을 하고, 2011년 노인복지 기본조례를 제정했습니다. 2017년에는 고령친화마을 시범사업을 추진해서 지역상점 개선을 통해 노인 존중의 분위기 확산이라든가 노인들이 편하게 방문해서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2021년 노인복지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노인복지실행계획을 1기, 2기 나눠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도 2017년 노인복지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부산과 마찬가지로 고령친화도시 1기, 2기 실행계획이 나왔습니다. 지자체마다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는데 80%는 WHO 고용친화도시 가이드라인의 8대 영역과 연관된 공통된 내용이라면 도시마다 차별성 있는 부분도 1~20% 정도 됩니다.
그밖에 실버타운(주택) 조성 사례로는 수원광교 공공실버주택(2019), 세종 밀마루 복지마을(2014), 더클래식 500(2009), 삼성 노블카운터(2001) 등이 있고, 고령자 커뮤니티(복지마을) 조성 사례로는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경기도 카네이션 마을 조성사업이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사례들은 필지단위의 건축사업이라든가 마을단위라 하더라도 도시재생 사업 차원의 접근에 한정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축사업만 보더라도 공공같은 경우는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더클래식 500처럼 민간 같은 경우는 상당히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득층이 사각지대인 상황입니다.
지금 많은 지자체들이 도시기본계획에서 보행 일상생활권 개념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도보 30분 생활권 얘기를 하는데 기후변화라든가 탄소중립 측면에서 봤을 때 상당히 진일보한 개념이지만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했을 때는 고령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행 생활권 얘기할 때 Work·Play·Live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고령계층을 고려했을 때는 Medical이 추가되는 Work·Play·Live·Medical 융복합 도시 공간이란 개념을 가지고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30분 도시 또는 N분 생활권에서 N분 생활권이라는 것은 사실은 청년이나 일반 사람들 비노인들에 대한 생활권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요. 노인들 안에서도 연령에 따라 행동반경이 차이가 날 것이라, 고령자 일상생활권 개념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하나의 개념을 만들 수 있을까요?
선행 연구들을 보면 고령자의 평균 보행거리를 400~500미터 또는 도보 10분 내외로 제시합니다. 이 안에서 필요한 시설들을 조성하고, 이 반경을 하나의 생활권 단위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자 일상생활권을 조성한다고 고령자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고령자가 아닌 분들도 일상생활권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설들이 많이 있으면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비고령자분들도 충분히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도시가 좀 더 살기 좋아지고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로 가는 것입니다.
고령친화도시는 비고령자와 고령자를 나누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65세 이상인 분들은 사회적인 도움의 즉각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현재 비고령자이더라도 언젠가는 고령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빨리 진행될수록 나중에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더 자세한 자료와 내용은 영상으로 만나 보세요. http://ccej.or.kr/86135
덧붙이는 글 | 경실련 유튜브 도시대학 '고령사회 도래와 도시정책 방향' 강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