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운영하는 도서관조차 '노 키즈 존'이 되어버렸습니다. 2023년 대한민국, 갈 곳 없는 어린이에게는 편의점에서 핫바를 사먹는 것이 유일한 여가입니다."
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그의 23개월 아들이 함께 등장하는 특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이는 용 의원에게 안겼다가, 바로 옆에 서 있다가, 어디론가 도망가기도 했다.
용 의원은 발언 중간중간 "안 돼요", "이것만 하고 가자"라고 아들을 달래며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갔다. 그가 아들과 함께하는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어린이날을 맞아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 제안을 발표하기 위함이었다.
'노 키즈 존' 투성인 사회... "'왜 아이 낳아서 고생이냐' 말처럼 들려"
용혜인 의원은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아이를 키우는 23개월 동안 새삼 배우고 있다"라며 "아이는 늘 바깥에 나가서 놀자고 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용 의원은"식당이나 카페를 가도 영유아를 위한 '아기 의자'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허다하다. 큰 관광지에 가도 수유실은커녕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기저귀갈이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가고 싶은 예쁜 카페, 식당들은 '노 키즈 존' 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는 건 결국 '키즈카페'가 있는 대형마트 그리고 백화점 뿐이다. '키즈카페'의 입장료는 커피 몇 잔을 훌쩍 넘을 만큼 비싸다"라며 "온 사회가 '어린이는 모두 키즈카페로'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러게 왜 아이를 낳아서 고생이냐'는 말로도 들린다"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 키즈 존'이 아니라 '퍼스트 키즈 존'"이라며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노키즈 대한민국'을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으로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변화를 제안드린다"라고 밝혔다. 그가 제안한 것은 ▲공공시설 '노 키즈 존' 근절 ▲한국판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평등법 제정이었다.
도서관마저 노 키즈 존... 어린이 패스트트랙 도입해야
용 의원은 국립중앙도서관이 만 16세 이상만을 이용자로 삼는 '노 키즈 존'이라며, 이밖에도 '중학생 이상 이용가능' 표지판을 걸어 붙이는 공공시설이 많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 각 지자체에 공공시설 내 어린이 접근성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며, 공공시설 '노 키즈 존' 근절을 위한 제도적·문화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일본에서 저출생 문제의 해법으로 도입된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는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에 대해선 박물관·미술관·공원 등에 줄 서지 않고 입장시키는 제도다.
용 의원은 "양육자를 위축시키고 눈치보게 만드는 사회가 아닌, 가장 먼저 환대하고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남은 (국회의원)임기 동안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입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용 의원은 "'노 키즈 존'으로 시작된 사회적 배제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노 유스 존', '노 중년 존'도 이상하지 않은 말이 되었다. 어느 새 모두가 나와 다른 사람, 조금 서툴고 느린 사람도 마땅히 시민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잊어버린 것"이라며 "평등법을 제정해서 누구도 거부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빠르고 능숙하고 성숙한 사람들만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느리고 서툴고 미숙해도 괜찮은 사회"라며 "5월 중 '패스트 국회 연석회의'를 소집해서 평등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용 의원은 "0.78명이라는 세계 최하위의 출생률을 극복하려면 양육자와 어린이를 거부하는 사회부터 바꿔야 한다"라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린이를 돌보는 일이 개별 양육자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용 의원은 자신이 아들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소감을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소란스럽더라도 우리가 함께 아이와 살아갈수 있다는 것을,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시끄럽고 소란스러웠을 텐데 기자회견 함께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