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측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피켓을 든 노동자들을 수갑까지 채워 연행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경찰에 연행된 지 2시간여 만에 풀려났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경찰의 노동자 연행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의당 충남도당에 따르면, 충남 당진경찰서는 4일 오전 10시경 당진시에 위치한 현대제철 사내에서 '피켓 선전전'을 펼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을 연행했다. 이중 2명의 노동자에게는 수갑까지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노동자 1명은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은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현대 제철 측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펼쳤다. 이에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며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노동자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강제 연행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애 정의당 충남도당위원장은 "오늘(4일) 정의선 현대제철 회장의 방문이 있었다. (그에 맞춰) 현대 제철 비정규직 노조에서 선전전을 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경찰들은 집회 신고가 안 됐다며 해산명령을 내렸다. 그런 와중에 강제 연행을 하고 수갑을 채워서 체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노동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라며 "사내 선전전은 집회 신고가 필요가 없다. 집회 신고 없이도 피켓팅이 가능하다. 경찰이 과잉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의당 충남도당 관계자는 "연행된 노동자들은 정의당 소속이다. 당 차원에서도 대응할 것"라며 "금속노조 소속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사내에서 선전전을 해왔다. 그동안 경찰의 제지를 받은 적은 없었다"면서 "8명의 노동자를 막기 위해 경찰 기동대 차량 3대가 현장에 출동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연행됐던 현대제철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시간여 만에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풀려났다.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난 노동자 A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찰에서는 인적사항과 아픈 곳이 없는지를 확인한 뒤 석방시켰다. 차후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며 "연행 자체도 황당하다. 수년째 사내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경찰이 이번처럼 과잉 대응한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집시법 위반이다. 해산 명령 불이행으로 연행을 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과잉 대응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