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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어버이날 아침 보낸 책방 편지입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네요. 어제 새벽은 친정엄마와 목욕탕 행. 사교성 좋은 엄마는 옆에 있는 아줌마에게 말씀하셨죠. "우리집 양반 살았을 적엔 무려 여섯이나 등 밀어줬어도 기운이 펄펄했는디, 이제는 지 다리하나 때 배낄 힘이 없소잉. 어디다 쓴다요." 함께 목욕하는 딸이 있어서 얼마나 좋겄냐는 아줌마의 말씀에 양심이 찔려서 그냥 웃었답니다. 오늘은 말랭이마을 동네글방수업 날. 카네이션 꽃송이 준비하고, 유투브로 양주동 시인의 가사 '어머님은혜' 노래 들으며 따라 해 봅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 수업 전에 함께 지도하는 선생님들과 어머님들에게 꽃도 나눠드리고 노래 한 자락 해 드릴까 합니다. - 봄날의 산책 모니카.' 
 
글방어머님을 위한 카네이션 한송이일지라도 백송이 드리는 맘으로...
글방어머님을 위한 카네이션한송이일지라도 백송이 드리는 맘으로... ⓒ 박향숙
 
매주 월요일은 말랭이 동네글방수업날. 특별히 오늘은 글방에 오르는 두 손에 케이크와 카네이션 꽃을 들었습니다. 자식들의 성화에 여행을 떠나신 최고령 어머님 방자님을 제외한 모든 분들이 출석하여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노인 일자리를 하시는 승자님도 오늘은 일찍 나오셨더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일까요. 지난주 과제에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쓰고 발표하는 날이었거든요. 저의 등장에 어머님들의 표정에 기쁨의 물결이 넘쳤답니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는 덕순님의 구령에 맞춰 인사를 나누고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어머님들 , 오늘은 어버이날. 제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카네이션 한 송이씩 받아주시고요, 이 케이크는 점심 식사 후 함께 간식으로 드세요. 그리고 또 하나 선물, 바로 저희들이 노래를 불러 드릴게요. '어머님 은혜' 아시지요. 명색이 우리가 시를 공부하는 학생들이잖아요. 이 노래는 양주동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어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3절까지 함께 불러요."
 
문해교육지도사3인의 노래 양주동 시인의 노랫말 '어머님은혜'를 불러드렸습니다
문해교육지도사3인의 노래양주동 시인의 노랫말 '어머님은혜'를 불러드렸습니다 ⓒ 박향숙
 
못해도 노래방 기기로 10점을 넘을 거라는 멘트와 함께 문해교육을 맡은 지도자 3명이 합창을 했습니다. 우리마을 어머님들께서도 함께 불렀지요. 바로 당신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요.

"자 지금부터는 숙제검사를 해 볼까요. 제가 내드린 숙제 중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가 있었어요. 해 오신분 손 들어주세요. 한 분씩 발표시간을 가져볼게요."

사실 저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었답니다. 칠팔십대의 어머님들이 그리워하는 그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그분들을 부르며 편지를 썼을까. 초장부터 눈물이 쏙 나올까 걱정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정엽님(76세)이 부르는 어머니 편지에 모두가 한바탕 눈물을 쏟았습니다.

'부모님 전상서. 어머니, 아버지, 이 못난 딸이 용서를 비는 편지를 써봅니다. 부모는 열자식을 거둘겁만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하고, 우리 엄마 침에 병에 걸려 울 때 모시지 못하고 양로원에 보내고 돌아올 때 너무 제송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얼마나 울엇는지 몰라요. (중략) 왜동딸 드림'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눈물이 송송 거렸습니다. 옆에 계셨던 대순님(78세)은 '나는 글씨도 잘 못 쓰고 짧게 써서 창피헌디'라고 하셔서 제가 함께 읽어드렸습니다.

'엄마 그동완 잘 계셨요. 그곳에서는 압푸지 말고 잘 계셔요. 제가 엄마 나이가 되고보니 잘못된 점이 너무나 만하요. 다음 세상에서는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주세요. 그때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중략) 딸올님'

글로 써오지 못한 분들은 즉석에서 말씀으로 엄마를 부르고 그리워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엄마'라는 단어입니다. 글로는 어머니라고 쓰셔도 말씀으로는 모두가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도대체 어떤 마력이 숨어있길래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찾을까요.

두 번째 시간 함께 읽은 시,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과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통해 다시한번 어버이날을 축하해드렸습니다. 공부 가르쳐 주느라 고생한다고 월요일마다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그런데 저는 친정엄마를 찾아갔지요. 아침 수업이 있다고 글방어머님들께는 '사랑합니다'라는 카네이션 이모티콘도 보내면서 막상 가까이 계시는 친정엄마에게는 꽃 한송이 드리지 못했거든요.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추억하는 점심 한 끼를 먹고 해망동 어판장과 바닷가의 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어느새 외할머니의 검버섯이 엄마 피부에 내려앉아 있습니다. 우리 땅이 아닌 곳에 계시는 당신의 엄마 아버지 묘지를 다시 볼 수 있을까를 중얼거리시더군요.

이내 바쁜 자식들 생계를 망칠 수 없다며 나왔던 감정을 추스르시는 엄마를 보며 '효'의 장을 열어봅니다. 저처럼 어부의 딸이었던 울 엄마가 그리워하는 엄마 아빠를 기억하도록 지역시인 산민우씨의 <그리운 어머니>를 들려드렸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 산민우

그때가 언제였던가
십 년도 이십 년도 더 흘렀다
누우런 황새기 젓갈
머리에 이고
서울역 플렛홈에서
막내아들을 기다리던
우리 어매의 환한 미소
개찰구에서 한눈에 알아봤다
옥색 치마저고리 바람에 나부꼈다 (중략)

살아오면서
가장 그리운 기억이다
솜털처럼 가벼웠던
그리운 어머니
한 번만 더 업어 보고 싶다
먼 나라의 우리 어매를...

#어버이날#말랭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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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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