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은 '돌잡이상'에 놓은 여러 물품 가운데 수갑과 포승줄을 주워들었고, 스스로 수갑을 손목에 채웠다. 탁자에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뜻하는 물품과 전쟁을 좋아한다며 총, 소주·맥주를 섞은 술을 마신다고 하여 '소맥'을 그린 그림이 함께 놓여 있었다.
이는 10일 저녁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민생민주평화파탄 윤석열심판 경남운동본부가 "취임 1년, 더 이상은 안돼, 퇴진이 답이다"는 제목으로 연 '윤석열 퇴진 경남대회'의 한 장면이다.
경남운동본부는 최근 들어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이곳에서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먼저 지난 1일 노동탄압에 맞서 분신사망한 양회동 건설노동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시민들이 설명판에 딱지를 붙이도록 해서 뽑은 '윤석열 1년, 최악의 사건'에서는 '공안 탄압'이 가장 많은 딱지가 붙어 있었다. 사회자는 "16가지 사건을 제시했는데, 윤석열에 반대하면 간첩 딱지를 붙여 공안탄압을 하고,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는 책임자 처벌이 없이 나몰라라 하는 무능한 정권이며, 쉬지 않고 일하라는 주69시간에 대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뽑았다"고 설명했다.
또 '윤석열 1년, 메시지 남기기'에서는 시민들이 "석열아 1년 축하해 이제 그만하자", "1년이 10년 같다 퇴진하라", "전쟁 절대 안돼", "윤석열 1년 지옥이다 내려와라",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라고 써놓았다.
발언이 이어졌다. 윤수원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죽음을 떠올리며 "정말 안타깝다. 이게 나라냐. 이게 대통령이냐"며 "노동자가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것이 무슨 죄가 있다는 말이냐"고 했다.
그는 "전국 건설 현장에서 아침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한다. 우리는 '건폭'이 아니고 노동자다"며 "더 이상 이런 세상에 살 수 없다. 반드시 윤석열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건설노동자들 열심히 투쟁해서 반드시 윤석열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차원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장은 "장애인들은 200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 수용시설에 살았다. 수용시설은 감옥과 비슷하다. 2000년대부터 인간답게 살기 위해, 보편적인 삶을 위해 수용시설에서 나왔고, 노무현정부 때 그런 정책을 폈다"며 "그런데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 동안 다시 수용시설 정책을 폈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다시 밖으로 나오는 정책을 폈는데, 지난 1년만에 또 까먹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설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 이런 정책을 하는 것같다. 퇴진이 답이다"고 말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윤석열정권 1년 평가는 사실 양회동 노동열사의 유서가 그것이다. 엊그제 보도를 보니, 잘했다고 평가할 게 없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었다"며 "솔직히 평가할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에 기대반이었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은 지금까지는 '퇴진'이라는 구호를 내걸지 않았다"며 "그래도 잘하겠지 싶어서 심판, 규탄이라고 했다. 그런데 양회동 노동열사의 죽음으로 이제는 앞에 외쳤던 구호가 사라지고 퇴진 구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를 내세워, 대법원 판결을 무시했다. 그렇다면 헌법정신에 따라 탄핵 사유가 된다. 그때 탄핵을 시작했어야 했다"며 "대한민국은 3권 분립이다. 그런데 행정부 수장이 대법원 판결을 일방적으로 무시했다. 이것이 탄핵 사유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국민들이 참고 기다렸다. 이제는 더 이상 안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제는 퇴진을 외치고 있다. 창원 뿐만 아니라 진주, 산청 등 곳곳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야 한다"며 "이제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어 양회동 노동열사의 유지를 받들어야 하고, 그 결과를 제단에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상남시장을 한 바퀴 도는 거리행진을 했다.
한편 이날 저녁 민주노총 양산지부를 비롯한 양산지역 정당·시민사회단체들은 양산수학체험공원 임시공영주차장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양산시민행동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검찰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역사정의를 짓밟고,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노조탄압과 공안탄압을 일삼고, 시민 복지를 후퇴시키고 재벌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급급했다"며 "윤석열 정부 1년은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반환경, 친재벌 등 퇴행과 역주행의 1년이자 반시민의 1년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