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골령골 유해발굴 과정과 결과를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종합보고서가 발간됐다.
대전광역시 동구청(구청장 박희조)과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 아래 선사문화연구원)은 최근 대전 동구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3차 보고서를 펴냈다. 지난해 골령골에서 벌인 유해발굴 결과를 종합했다.
대전동구청과 선사문화연구원은 지난해 골령골 1 학살지와 2 학살지에서 각각 유해를 발굴했다. 그 결과 1 학살지 일부 구간에서 111구의 유해(유품 396점)를, 2 학살지 일부 구간에서 80구의 유해(유품 1535점)을 수습했다. 보고서에는 해당 구간에 대한 조사 과정, 발굴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지난해 유해 발굴 결과뿐만 아니라 지난 2007년 첫 시작된 골령골 유해발굴 결과부터 최근까지의 발굴 결과를 모두 찾아 수록했다. 한마디로 '한 권으로 보는 골령골 유해발굴 종합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골령골에서는 모두 1441구의 유해와 4597점의 유품이 수습됐다. 전체 희생자 규모(최소 4000명~최대 7000명)로 보면 20.5%~36%의 피학살자 유해를 발굴한 희생자 유해를 발굴한 셈이다. 나머지 유해는 대부분 유실 또는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서 밝힌 유해발굴 현황을 보면 학살지별로 뚜렷한 특징이 있다.
1 학살지는 크게 A 구역(동쪽)과 B 구역(서쪽), C 구역(서쪽 평탄지)으로 나뉜다. 1학살지에서는 962구의 유해가 확인돼 전체 매장지 중 가장 많은 유해가 발굴됐다. A구역과 B 구역은 큰 도랑 형태였고, C 구역은 산기슭에서부터 2개의 작은 도랑과 2개의 큰 구덩이 형태였다.
A 구역과 B 구역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도랑으로 유해 매장 형태나 유품으로 볼 때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으로 추정했다. 특히 B 구역에서는 여성과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유해도 일부 확인됐다.
반면 C 구역은 폭이 좁은 작은 도랑과 불탄 구덩이가 확인됐고 유해 매장 형태나 유품도 달라 학살 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불탄 구덩이에서는 숯과 머리뼈, 다리뼈, 탄두 등이 확인돼 총살 후 시신을 불에 태웠음을 보여준다.
2 학살지에서는 대전 낭월동과 옥천 군서면을 잇는 포장도로 남쪽이다. 길이는 100m, 너비 1.2~2.5m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모두 8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 폭과 길이에 비해 유해가 적게 확인된 것은 유해 대부분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단추와 신발, 허리띠, 시계, 비녀, 반지, 등이 대전형무소 재소자 및 민간인들이 학살된 장소로 보인다.
증언에 따르면 2 학살지는 그 구덩이 길이가 200m 가까이 되는데 나머지 100m 구간은 포장도로가 지나고 있어 모두 공사 도중 유실 또는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3 학살지에서는 29구의 유해(유품 366점)가 출토됐다. 좁은 구덩이(가로 1.7mx세로 4m)에 쭈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뒷머리에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 유품 등으로 미뤄 모두 대전형무소 재소자로 예측됐다. '중(中)'자 단추와 제복용 별 문양 단추도 출토됐다. 4 학살지로 알려진 곳에서는 유해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5 학살지(길이 3.2m x 너비 1.1m)에서는 머리빗, 열쇠, 연필, 가죽신 등이 출토돼 보도연맹원 등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6 학살지에서는 별다른 유해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목격자 증언을 보면 하천변을 따라 유해를 묻었는데 큰 홍수와 하천변 공사 과정에서 유실됐다고 한다. 7 학살지는 두개골 등 유해가 수습됐지만 발굴하기 전 임야를 농경지로 개간하는 과정에서 모두 훼손돼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8 학살지 추정지는 올해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발굴 예정이다.
이처럼 이번 보고서는 골령골 유해 매장지별 유해 발굴에서 수습된 유해와 유품 등 자료를 지점별 사진과 함께 알기 쉽게 정리 편집했다.
우종윤 유해발굴조사단장은 "골령골 골짜기에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굴한 내용을 종합정리해 실었다"며 "이 자료가 앞으로 조성될 추모위령시설(역사공원)에 전시 및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희조 동구청장도 "유해 발굴을 계기로 이후 조성되는 역사공원이 화해와 상생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골령골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린다. 1950년 6·25전쟁 이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관련 재소자 등 정치범과 대전·충남지역 인근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에게 끌려와 불법으로 처형돼 묻혔다. 확인된 골령골 피해자 명단 500명 중 300여 명이 제주 4·3사건의 피해자다.
정부는 골령골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 시설'(평화공원) 조성 부지로 선정하고 실시설계와 용지매입 등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