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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앱으로 비빔냉면을 주문하면서 오이를 빼달라고 했지만 오이가 그대로 있었다.
배달앱으로 비빔냉면을 주문하면서 오이를 빼달라고 했지만 오이가 그대로 있었다. ⓒ 임병도

나는 오이를 먹지 않는다. 특히 오이 냄새가 세상에서 가장 싫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난감할 때가 있다. 

냉면이나 비빔국수, 짜장면에 고명으로 올라가는 오이는 무조건 빼서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준다. 가끔 주문을 할 때 미리 오이를 빼달라고도 한다. 하지만 열의 아홉은 안 빼준다. 특히 배달앱으로 오이를 빼달라고 요청을 해도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이 리뷰를 남기지는 않지만 배달된 산더미(?) 같은 오이를 볼 때면 한숨만 나온다. 

누군가는 '그냥 오이를 빼고 먹으면 되잖아?'라고 한다. 물론 그렇게 먹는다. 하지만 맛보다 더 싫은 게 오이 냄새라서 매번 맛있게 먹지는 못한다. 

가장 힘든 메뉴가 김밥이다. 김밥을 주문할 때는 오이가 들어갔냐고 꼭 묻고 만약 넣었다면 아예 먹지 않는다. 가끔 오이를 빼달라고 했지만 들어있을 때가 있다. 왜 오이를 넣느냐고 하면 몸에 좋으니 그냥 먹으라고 한다. 나에게는 땅콩 알레르기 있는 사람에게 땅콩이 몸에 좋다고 먹으라는 것과 같다. 

제일 황당한 것은 그냥 빼고 먹으면 되지 왜 유별나게 구느냐는 핀잔이다 고명 위에 올라간 오이와 다르게 김밥에 들어간 오이 냄새는 밥과 다른 속 재료에 이미 배어 있어 먹기 고통스러울 정도이다.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나 샐러드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 피클이 들어간 햄버거는 꾸여 꾸여 먹어도 생오이가 들어간 햄버거는 안 먹는다. 

오이 냄새에 민감하다 보니 오이 비누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 군대에서 오이 비누가 보급품으로 나와 어쩔 수 없이 사용했는데 하루 종일 얼굴에서 오이 냄새가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오싫모'에 '오밍아웃'까지...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Cucumber Haters라고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Cucumber Haters라고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 임병도

군대 제대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 보니 'Cucumber Haters'라고 오이를 안 먹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학계에서는 '오이 알코올(cucumber alcohol)'이라는 특유의 향이 거부감을 유발한다고 하거나 유전 인자 때문에 오이를 싫어한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어떤 이유인지 모른다. 오이 싫어하는 이유를 밝히겠다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는 없잖은가.

SNS가 발달되면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만들어지고 오밍아웃(오이+커밍아웃)도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오이를 싫어하거나 못 먹는 사람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래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식당 사장님들! 힘들고 귀찮아도 오이 빼달라면 빼주세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오이가 들어가면 보기도 싫어집니다. 몸에 좋은 인삼도 안 받는 사람이 있듯이 오이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제발, 꼭, 무조건 오이 빼주세요."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오이#오이냄새#?CUCUMBER HATERS#오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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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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