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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나영 상담가가 '부모가 궁금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열일곱살 자람이 엄마입니다. 걱정도 되고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고1 새학기가 시작한 지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반에 ADHD 증상이 있는 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 말로는 이 친구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다고 해요. 수업 중인 선생님의 말을 계속 끊는다거나 신경 쓰이는 특정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다고요.

친구나 선생님들이 모두 눈치를 주는 데도 별로 어려워하지 않고 갈수록 그 증상이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게 특히 힘들다고 해요. 도덕 시간이나 사회 시간에서 배운 것처럼 그런 친구라 하더라도 배제하지 말고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아이입니다.

그래도 수업 시간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은데 매 시간 그 친구가 분위기를 흐려서 그걸 견뎌야 하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그 친구를 은근 무시하는 분위기도 견딜 수 없고요. 최근 학폭 이슈가 생기는 바람에 이런 이야기마저 친구들과 할 수 없다고 해요. 그래서 엄마인 제게 털어놓는다고요. 아이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학교 생활을 했으면 하는데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로 불리는 ADHD는 산만함과 충동적 행동을 특징으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신경발달질환입니다. 2023년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DHD(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환자는 4년 사이 두배 가까이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10대 환자의 수가 전체 진료 인원의 41.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점점 증가하는 교실 내 ADHD 환자
 
 ADHD(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환자는 4년 사이 두배 가까이 증가되었다.
ADHD(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환자는 4년 사이 두배 가까이 증가되었다. ⓒ elements.envato
 
지난 3월 2일자,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아동기에 ADHD를 진단받아도 성장과 함께 증상이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 자료에 따르면 아동기에 ADHD로 치료를 받은 환자의 60% 이상이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기에 ADHD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청소년기에 발병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릴적 활발한 기질적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내버려두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10대에 접어들며 호르몬의 영향으로 충동성이 강해져 사춘기나 '중2병' 증상 정도로 가볍게 여기다 뒤늦게 발견되는 것이지요.

청소년기의 주의력 결핍이나 충동성은 친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문제 학생으로 낙인이 찍히곤 합니다. 그렇게 부정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많이 듣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문제 행동이 더 심화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본인이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상황에서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조절이 안 되는 것은 사춘기의 특성인 충동조절에의 어려움과 결합되어 더 두드러진 상황일 것이라 여겨집니다.

아마 보내주신 사연에 소개된 그 친구는,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친구일지도 모릅니다. 그 친구 때문에 수업 시간에 잡음이 생기고 불편한 상황이 연달아 일어나면 같은 반 친구들이 점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 정도 이야기만을 듣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상담은 좀 더 구체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작은 해법이라도 찾는 과정이니까요. 다만, 어찌됐든 한 교실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 집중해 보려고 합니다.

같이 함께 지내려면
 
 학급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급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 elements.envato
 
우선 문제를 일으키는 당사자의 '의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ADHD는 어디까지나 병원에서의 진단과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누군가를 화나게 만드는 악의가 섞인 의도가 있는 행동이 아니라면, 치료를 받고 있는 당사자도 제어가 안 되는 것이지요. 실제 저에게 상담을 하러 오는 ADHD 학생들 가운데서도 이런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급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만으로 이 친구를 배척하거나, 미워하거나, 학교를 그만두게 할 수는 없습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 아이가 힘들어하는 이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친구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요.

사실 이런 경우, 아이들 스스로가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친구를 어느 한 사람만 챙겨주고 포용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기도 어렵습니다. 교사나 학교 측의 관심과 대안 제시가 현실적으로는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DHD라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고, 의지만으로는 쉽게 변하기 어려운 학생의 입장에서 같은반 친구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견을 모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더불어 학급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학생의 존재가 우리반의 골칫덩이로 인식되지 않고,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 최선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과제'가 된다면, 그렇게 마음이 모아져 친구에게 도움이 된다면 모두가 커다란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원치 않는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친구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처럼 읽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본인이 학급 전체에 얼마나 피해를 주고 있는지,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인지시켜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 친구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같은 반 친구들이 배려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 친구가 낫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준다면, 노력을 원하기는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때부터 포용과 협력의 자세로 도움을 주어야겠지요.

이때 ADHD를 앓고 있는 학생의 부모님과 가족 또한 학급 내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학생의 치료와 행동수정에 대한 협조와 지원이 따라주신다면 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한두 사람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다면 아마도 오랜 시간 자신이 가진 병 때문에 고통받는 친구에게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학급 전체의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노력하는 과정을,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는 것이지요.

누군가의 삶을 돕는 의미

살아가면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만 만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악의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 의도적인 괴롭힘을 주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넘쳐납니다.

학교 안의 아이들이기에 타인에게 불편감을 주는 사람의 존재가 너무나 힘겹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을 평생 회피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친구를 보면, 나에게 옮을까 봐 걱정이 되고 피하고 싶을 수는 있어도 그 친구에게 잘못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ADHD를 앓고 있는 친구도,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음을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사연 속의 '자람이'가 ADHD를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어떤 도움과 이해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함께하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삶을 돕는 의미를 배울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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