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 대해 겸직·영리업무는 금지하지만, 예외적으로 부동산 임대업은 허용하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임대업으로 불로소득을 올리는 국회의원이 6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동안 부동산, 주식 등 재산을 191억 원 넘게 늘린 국회의원도 있었다.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대 국회의원 3년간 부동산 재산 증감 현황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2020년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과 2023년 내역을 비교, 21대 국회의원의 3년간 재산 증감 현황을 조사해 이날 발표했다.
경실련은 재산신고 내역을 조사하면서 ▲2주택 이상 주택 보유 ▲비주거용 건물 보유 ▲대지 보유 등을 '부동산 재산 과다 보유'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 이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서 건물 임대채무(전세보증금)를 신고한 의원은 60명에 달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은 임대업자가 아니다. 사업을 하려면 사업가로 가면 된다. 의정 활동을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임대업) 겸직을 허용해선 안 된다"면서 "과다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임대하는 경우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엄격히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1억, 133억...'억' 소리 나는 재산 증가액
부동산 재산 과다 보유자이면서 임대채무가 있는 의원은 국민의힘의 경우 김도읍·박덕흠·윤주경·이만희·조은희·강기윤·김영선·류성걸·박형수·배준영 의원 등 38명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학영·김철민·송기헌·안호영·우원식·윤호중·이상민·임호선 의원 등 17명이었고, 배진교·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도 있었다.
이날 경실련은 지난 3년간 부동산과 주식 등 신고재산 증가액 기준 상위 10인의 명단도 공개했다. 1위에 오른 박정 민주당 의원의 재산은 2020년 314억1085만 원에서 2023년 505억9850만 원으로 191억8000만 원 늘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133억3000만 원 증가), 홍익표 민주당 의원(66억1000만 원 증가), 임종성 민주당 의원(44억4000만 원 증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34억2000만 원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서휘원 경실련 선거제도개혁운동본부 팀장은 "대부분 주식 평가 방식이 바뀌면서 주식 신고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6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시행하면서 비상장 주식을 액면가가 아닌 실거래가 또는 평가액으로 신고하게 돼 신고액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지난 3년 동안 부동산 재산이 크게 늘어난 국회의원들도 공개했다. 이 기준으로도 박정 민주당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박 의원이 보유한 서울시 송파구 석천동 부동산의 공시가가 상승하면서 그의 부동산 재산은 2020년 351억6191만 원에서 2023년 429억 원으로 77억3800만 원 증가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38억8000만 원 증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27억 원 증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25억4000만 원 증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24억3000만 원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무주택자도 아닌데 부동산 또 매입...국회법은 '무용지물'
'부동산 과다 보유자'이면서 지난 3년간 의정 활동 중 부동산 재산을 추가 매입한 의원들도 34명이나 있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2021년 배우자 명의로 서울시 송파구 근린생활시설을 매입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해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하남시 근린생활시설 분양권 2건과, 경기도 평택시 상가를 사들였다.
이외에도 임이자·김형동·양금희·윤창현·이양수·권은희·엄태영·이헌승·장동혁 국민의힘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도 무주택이 아닌 상태에서 부동산을 추가 매입했다.
경실련은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관련 국회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더 큰 문제는 이해충돌 문제"라면서 "경실련은 국회법 32조의2 1항에 기해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 공개를 계속 청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국회사무처에서는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회규칙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자료에 대해 비공개 처분을 내리고 있다"며 "국회에서 국회규칙을 만드는 것을 게을리해 놓고 그 사유 때문에 이해충돌 심사에 대한 자료를 못 주는 이런 일이 무한 반복 일어나고 있다. 국회규칙을 조속히 제정해 이해충돌 심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