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지원단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받는 배상금 20%를 지원단체에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는 23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국면 전환에 활용하기 위한 보도"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양금덕(95·광주광역시)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조선일보>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를 구체화해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국민과 분리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화살을 피하고자 정당한 활동을 경주해 온 시민단체를 표적 삼아 '불온한' 색칠을 가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해 보려는 수작"이라고도 했다.
단체는 이날 관련 약정서를 공개하며 "문안 그대로, 약정서는 원고들의 동의하에 작성됐다"며 "향후 누군가의 조력이 없이는 권리회복에 나설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인권 피해자를 위해,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사업 등 또 다른 공익적 활동을 위해 디딤돌 역할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약정서에는 "피고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돈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게 교부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위임인들이 생존해있는 동안 매년 1회 그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위임인들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약정서에 언급된 피고는 일제 전범기업(미쓰비시중공업), 위임인은 소송 원고인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을 가리킨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전신이며,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둔 단체다.
단체는 "약정서에 적시된 그대로, 약정금은 법률 대리인의 수임료가 아니다. 같은 취지에서 이 약정금은 누군가의 수고에 대한 '보답'이나 '답례'가 아니며, 취지가 '공익'이고 사용처도 '공익'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송 원고들이 일본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때로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이 싸움을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숨은 조력과 우리 사회의 선량한 힘이 보태졌기 때문"이라며 "이 사안이 단순히 피해 당사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기인한 반인도적 인권 침해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돌려줘야 하는 '공익적' 가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이 많은 시민,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수령한 금액 중 일부를 다른 공익사업 기금으로 출연하여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선례로 남도록 권장되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날 조간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돕는 시민 단체가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들에서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을 경우, 20%는 단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11년 전에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