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편집자말] |
아파트값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보수경제지들의 눈물겨운 '집값 띄우기'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언론들은 최근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소폭 오르자 '드디어 반등한다'면서 무주택자들에게 매수를 권하고 있다. 아울러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갭투자자와 건설사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주문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에게 겁을 줘 아파트 가격을 떠받치고 투기꾼들과 건설사들에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퍼주는 게 이들 언론들이 바라는 그림이다.
[실수요자 협박] '집값 오르니 상투잡아라', 부추기는 보수언론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소폭 반등할 조짐을 보이자 보수 경제 언론들은 '지금이 매수할 시점'이라고 떠들고 있다. '집값이 또 오를 테니 지금 사라'는 실수요자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아파트 동향을 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단위로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은 약 1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다가 겨우 한 주 반등하자 보수, 경제 언론들은 '반등 조짐'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지난 25일 '지금 아니면 늦는거 아닐까... 아파트 사겠다는 사람 늘었다'라는 제목의 <매일경제> 기사는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을 기사 최상단에 배치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집주인들이 급매를 거둬들이면서 호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문의하는 수요자들도 예전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앞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오를 테니 지금 사라는 얘기다.
주간아파트 가격 겨우 1주 반등했는데 '상승' 호들갑
<매일경제>는 "아파트 전세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며 "전세가격 상승은 수요자들의 추가 하락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덧붙이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일보>도 25일 자 경제면에서 '서울 아파트 상승거래, 하락 앞질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상승 거래가 하락을 앞지른 것은 작년 4월 이후 1년 만이다"라며 "이 때문에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의 아파트 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TV> 역시 25일 '서울 집값 돌아섰다… 드디어 정책약발 먹혔다' 기사에서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대출·세제·재건축 등 각종 규제 완화 정책 시행으로 거래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면서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도 상승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114 등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동향 조사는 거래 호가를 위주로 이뤄지는 등 시장 상황을 완벽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간 동향 조사가 오히려 집값 급등 등 가격 왜곡을 주도하는 측면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들 언론들이 주간 조사만을 바탕으로 '상승 반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탄탄한 근거를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중앙>은 평당 분양가 1억 시대 예고, 근거는 희박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분양가 평당 1억 아파트 시대가 온다며 분양가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앙>은 지난 22일 기사(강남 아닌데…분양가 '3.3㎡당 1억' 찍을 곳?)에서 투기과열지구와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해제되면서 분양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은 서울 여의도와 영등포 일대에 최근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를 거론하면서 "여의도가 분양가 3.3㎡당 1억을 찍는 첫 지역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했다.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분석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분양가는 금리와 시장 상황, 예상 수요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결정된다.
그런데 <중앙>은 이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단순히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한다는 추세만을 전제로 이런 전망을 냈다. 전망기사로 보기엔 신뢰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올해 분양된 수도권 아파트 25곳 중 12곳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는(부동산R114집계) 등 분양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도 <중앙> 기사에선 찾아볼 수 없다.
[투기꾼 지원] 조선 등 전세난 해소로 갭투기꾼 지원 제안
<조선일보>는 27일 자 기사(도봉·은평 전세 3억씩 급락… "집주인에 한시적 보증금 특례대출 필요")에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진단하면서 '집주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 몰이에 나섰다. 전세 끼고 집을 산 갭투기꾼들이 어려울 테니 지원하라는 얘기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갭투자로 집을 산 집주인들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규모 전세난을 경고했다.
<조선>은 같은 날 또 다른 기사("전세 퇴거자금 대출에 한해 DSR 예외 적용해야")에서 구체적인 갭투기꾼 지원책을 제안했다. <조선>은 "세입자까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DSR을 퇴거자금 대출에 한해 일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방안, 별도의 특례대출 조성 등을 제안했다.
<동아일보>는 아파트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에 처한 건설사들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25일 자 지면 보도('알짜' 서울 재건축도 찬바람… "공급가뭄, 3년뒤 집값 자극 우려")에서 자금난으로 건설대금을 못 치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시공사 부담을 덜기 위한 정부 역할이 절실하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비중 있게 실었다.
이와 같이 집값을 띄우기 위한 보수·경제언론들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de***'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관련된 기사에 "지금 집값이 거품이라는 증거"라는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 'ji***'도 "기사 제목을 보니 **경제 신문은 집값 부추기고 젊은이와 집 없는 서민의 내집마련엔 1도 관심없는 사회 악 같은 존재"라고 비판했다.
갭투기꾼 지원을 해야 한다는 <조선> 기사와 관련해 'dw***'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2~3년 전 전세보증금 왕창 올린 임대인들 평균 1~5억 올린 이 보증금으로 무엇을 했을까, 대부분 갭투자해 집값 거품을 조장한 아주 악질 투기꾼들"이라며 "아파트값 하락하고 전셋값 크게 빠지자 돈 없다고 엄살부린다? 투기꾼들에게 반환금 대출해 주라고? 이런 게 언론이냐 투기꾼 앞잡이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