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의 '청년기본소득조례'가 제대로 시행도 못 하고 1년 만에 폐지될 위기에 놓이자, 청년들이 폐지 철회와 함께 즉각 실시를 촉구했다.
양산YMCA는 청년기본소득을 원하는 양산청년들과 함께 31일 양산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양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6월 1일 회의를 열어 발의된 '양산시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 폐지안'을 다룬다.
조례 폐지안은 지난 19일 정성훈 양산시의원(국민의힘, 물금범어)이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도비 지원이 있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예산상의 사유로 집행되지 않은 채 사실상 계류된 조례안에 가까우며, 만 24세라는 한정된 지원 대상은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를 형성할 우려가 높아 폐지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해당 조례는 지난해 3월 박재우 전 의원이 대표발의해 통과됐다. 원안에는 양산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1년간 최대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심의 과정에서 반대의견이 제기돼 수정 통과됐다.
양산에 3년 이상 계속 또는 합산 10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만 24세 청년에 대해 분기별로 일정액의 지역화폐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고, 금액은 시장이 예산 범위 내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조례 통과에도 불구하고 양산시는 한 번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당시 양산시 청년기본소득 조례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처음으로 제정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조례 1년 만에 시행도 해보지 못 한 채 폐지 위기에 놓인 것.
이에 지역 청년들은 폐지 조례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추미지 양산YMCA 청소년시민팀장은 "청년들에겐 식사, 교통, 휴대전화요금 비용 등 일상생활을 하기 위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면서 "또 학교실습 재료비용과 교재 등 대학에 다니면서 필요한 준비 물품에 보태거나 취미 생활에 사용한다"라며 폐지안 철회를 촉구했다.
추 팀장은 "만 24세는 청년들이 대학에 다니는 마지막 학년이거나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취업준비생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시기다"라며 "이 시기에 기본소득이 제공된다면 보다 초조함과 위태로움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은 조례 폐지안에 반대한다. 청년들은 식비, 교통비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문화생활을 하며 행복을 추구하고 삶의 질을 상승시킬 수 있도록 조례 폐지안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청년들은 회견문을 통해 "조례만 통과되면 시행될 수 있을 거라는 낭만적 생각이 있었다. 비수도권 지자체 중에서 처음 제정돼 주목받았지만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무늬만 조례라는 비난을 받는 과정에서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서 "청년시의원의 입성으로 젊어진 제8대 의회를 바라보며 청년의 문화적 결핍이 충족되고 양산시에 거주하는 청년이 환대받으리라는 기대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막연한 환상에서 깨어난다"고 한 이들은 "지난 정권의 흔적 지우기에 오랜 공론화 과정과 논의를 통해 제정된 조례를 폐지하는 것을 멈추어 달라"며 "양산시 만 24세 청년은 3880명 내외이고 이들에게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해도 1년에 약 39억 원의 예산도 쓸 수 없는 양산시라면 청년웰컴비용으로 낮춰서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 청년인구가 만 24세가 적합하지 않으면 논의를 통해 가장 적절한 나이를 찾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양산시의회에 "폐지 조례안을 철회해달라", "청년기본소득 지급이 즉각 실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양산시장에게는 "청년기본소득 지급액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시장이 정할 수 있고, 청년이 환대받는 양산을 위한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