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곽민서 기자 = 국회 정보위원회가 31일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위해 회의를 열었지만,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논란과 관련한 김규현 국정원장 답변이 불성실하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제 제기에 회의가 3시간 만에 파행했다.
여야는 오후 2시 회의 시작 직후 국정원이 준비해 온 현안 보고를 들은 뒤 질의를 받기 시작했으나, 첫 순서인 민주당 김의겸 의원 질의에서 이런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정회를 반복하다 여야 의원들이 아예 질의를 하지 못한 채 오후 5시께 산회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정보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보위가 파행으로 끝났다"며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됐던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했는데, 국정원장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아예 답변 자체를 거부하는 뉘앙스로 이야기해서, 다른 현안 질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첫 질의에서 막힌 것"이라고 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정보위가 국민을 대신해서 궁금한 것을 질의하고 답변을 받는 곳인데 그러려면 정보위를 왜 하나'라며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갔고, 여야 간사가 회의 진행 방식을 놓고 협의를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박덕흠 정보위원장이 다른 현안 질의를 먼저 비공개로 하고 도·감청 부분은 마지막에 공개로 하자고 제안하는 '중재안'을 내 민주당이 수용했으나 국민의힘이 '이런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며 반대해 회의가 파행했다고 한다.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민주당이 한미 동맹 가치를 훼손시키는 발언은 일체 하지 않을 것이고, 용산 보안 문제 관련해 야당 의원 발언에 혹시 민감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도 위원장이 제지해달라고까지 말했음에도 여당 측에서 그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정보위 파행은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질의에 대한 국정원장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보위 진행을 중단하고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서 어떻게든 국정원장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여러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장은 국가 안보 관련 기밀이기 때문에 그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국정원법상 국가 안보와 관련한 기밀사항은 보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안은 비공개하고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서만 공개하자고 하는데 지금까지 정보위에서 그같은 형태로 선별적으로 공개, 비공개를 결정한 예가 없다"고 했다.
정보위는 추후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다만 윤 의원은 "국정원장의 태도가 바뀌지 않고서는 현안 보고 시간을 잡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정보위가 왜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고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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