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건설노조를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고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노조를 노조가 아닌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고, 노조의 단체교섭·조합원 채용 요구를 '일감 독점'과 같은 시장교란 행위로 보면서 건설노조에 2억 6900여 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중기부까지 고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애초에 대기업의 갑질, 불공정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를 정부가 노조 탄압에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중기부 불공정거래개선과는 지난달 23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 산하 일부 지역지회에 '의무고발요청 심의 관련 자료제출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중기부는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의무고발요청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을 중기부 장관 등이 사회적 파급효과 및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정거래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라며 "공정거래법 129조 4항에 따라 의무고발요청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요청하니 협조하기 바란다"고 적혔다.
중기부가 고발 요청의 근거로 든 공정거래법 129조 4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더라도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은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 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공정거래위가 건설노조에 수억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아직 고발 조치까진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기부가 이 법을 근거로 고발을 요청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소기업 문제를 관할하는 중기부가 노동조합에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전다운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통화에서 "중기부가 노동조합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 것은 지금껏 본 적이 없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노동조합은 노동법제 소관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의해 규율되면 충분한 것이지,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제까지 적용해 공정위나 중기부 등 다른 부처에 의해 중복해서 규율된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정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과징금을 받고 시정명령을 받은 것도 건설노조가 사상 처음인데, 이젠 중기부까지 건설노조 탄압에 나서겠다는 꼴"이라며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본부 제3)지대장이 분신한 이후에도 전정부적 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건설노조 측은 "근로계약을 맺지 못한 특고, 개인사업자들이 포함됐다고 노동조합을 사용자 단체로 보는 시각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중기부는 해당 공문을 보낸 취지를 묻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관련 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