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북교육청은 단재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이 5년여 동안 설계한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해 개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을 직접 구성한 교사들은 도교육청 판단이 단재고의 목적과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 교사에 이어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들의 생각은 어떨까? <충북인뉴스>는 단재고 교육과정 변경과 관련, 충북에서 총 4명의 학부모를 만났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다르지만 교육에 대한 큰 관심만큼은 모두 동일했다.

단재고에 거는 기대와 우려, 미래사회에서 교육이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학부모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기자 말
 
 이소연씨.
이소연씨. ⓒ 충북인뉴스

얼마 전, 정부는 6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표방했다. 지방도시의 골목상권을 로컬브랜드로 키우고, 사업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한다고도 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로컬 사람들'은 여전히 공허하다. '로컬'엔 문화시설이 없고, 고유한 브랜드가 없으며, 무엇보다 당장 아이들이 다닐 학교도 없다. 그래서 '로컬'에는 점점 더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소연씨는 4년 전 스스로 문의를 찾았고, 정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문의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며 등을 돌렸지만, 이소연씨는 일단 빼어난 문의의 자연환경에 반했고, 두 아이의 엄마로 작은학교가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자신이 어릴 적 들락거렸던 작은책방을 떠올리며 문의초등학교 인근에 '내안에BOOK'이라는 작은서점도 차렸다. 이소연씨는 '내안에BOOK'이 마을 놀이터라고 소개하며, 마을의 커뮤니티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비영리단체 '문의하실래요' 대표, 관광사업 '문의투어'를 운영하는 등 문의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발굴해 문의가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원래 고향은 대전이에요. 신랑 회사 때문에 오창에서 한 10년 살았는데 너무 답답하고 복잡했어요. 늘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문의를 알게 되었고, 문의에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의에는 저처럼 생각하고 온 분들이 꽤 많아요. 저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충북교육청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로 문의의 브랜드와 가치창출, 공동체를 생각하던 그녀는 최근 단재고 소식을 접했다. 일단 놀라웠고 반가웠다. 자신의 교육철학이 실현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운영된다는 소식에 놀랐고, 문의와 가까운 거리에 고등학교가 생긴다는 것이 반가웠다.

문의에는 고등학교가 없어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일단 문의를 떠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소연씨는 집을 떠나 무조건 외지로 나가는 아이들이 늘 안타까웠다.

하지만 단재고가 생기면 문의 아이들도 집과 가까운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고 이로 인해 문의의 인프라가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언젠가 문의초 6학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문의에 뭐가 생기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고등학교요'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진짜 마음이 짠하고 울컥했어요. 단재고가 문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15분 거리 가덕에 생기니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오는 소식에 그녀는 다시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입을 위한 교육과정 마련을 위해 단재고 개교가 연기된다는 것이었고, 당초 자신이 들었던 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소연씨는 백번 양보해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것도, 개교를 연기하는 것도 필요하다면 모두 수용할 수 있지만 충북교육청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잘못을 하고 있다며 교육청을 지적했다.

일단 그가 생각하는 충북교육청의 문제점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다. 신념을 가지고 5년 동안 준비한 교사들이 있는데, 그들과는 어떠한 상의도 없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단재고의 개교일정과 교육과정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교육감이 바뀌면서 갑자기 교육과정을 재검토하고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학교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교육과정을 떠나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그렇게 일을 하는데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

두 번째는 다양한 교육을 받을 도민들의 권리를 교육청이 박탈했다는 것이다. AI영재고가 생기는 것이 다양한 교육을 위한 목적이라면 대안학교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영재고가 국가 발전이나 인재양성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다면 인정합니다. 하지만 영재고가 필요하듯 대안학교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대안교육도 분명 필요가 있는 하나의 축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재검토를 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소연씨는 충북교육청이 단재고 교육과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준비했던 교사들과 함께 상의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재고, 공동체 구심점 될 수 있어"

누구보다 '로컬'의 중요성과 문의의 지속성에 대해 생각이 많은 이소연씨는 단재고가 더 이상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크게 보면 공동체 및 지방소멸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단재고를 중심으로 가덕과 문의, 나아가 미원지역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이는 현재 막 싹트고 있는 공동체 활동에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한 단재고는 문의초·중과 더불어 문의가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 또한 그 이유로 문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바뀌었어요. 이제는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지역의 조건이나 특성에 따라서 얼마든지 들어오고 나가고 순환되고 있어요."

이소연씨는 "아이들이 잘 클 수 있고 교육이 잘 된다면 젊은 세대가 들어올 것이다. 교육청에서 그 싹을 잘라버린다면 그냥 지방 소멸하라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인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충북인뉴스는 정통시사 주간지 충청리뷰에서 2004년5월 법인 독립한 Only Internetnewspaper 입니다. 충북인뉴스는 '충북인(人)뉴스' '충북 in 뉴스'의 의미를 가집니다. 충북 언론 최초의 독립법인 인터넷 신문으로서 충북인과 충북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정론을 펼 것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