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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순구(69)·채홍(43) 부자가 마당에서 ‘모판집게’와 ‘모판끌개’를 시연하고 있다.
임순구(69)·채홍(43) 부자가 마당에서 ‘모판집게’와 ‘모판끌개’를 시연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요즘 농사는 기계가 다 하지, 예전 손 모내기할 때 생각하면 정말 수월해졌어." 이 말처럼 농작업 대부분을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 기계가 대체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못자리에서 육묘한 어린 벼를 모내기할 논으로 이동하기 위해 모판을 직접 들고 나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십 수백 번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해야 한다. 젊은이들도 힘이 들지만,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은 통증으로 이어지는 고역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충남 예산군 고덕면 구만1리 임순구(69) 이장이 '모판집게'와 '모판끌개'를 개발했다. 구조는 단순하다. 기다란 나무막대기에 손가락 두 개를 구부려 놓은 것 같은 갈고리 2개를 단 것이 모판끌개, 평평한 철판에 양쪽으로 갈고리 2개를 붙여놓은 것이 모판집게다. 모판끌개는 모판을 이동하기 위해 굳이 논에 들어갈 필요 없이 논 밖에서 논둑으로 끌어오는 용도다. 이렇게 끌어온 모판을 들어 나르는 역할은 모판집게가 담당한다. 모판집게 자루는 길이조절이 가능한 알루미늄 지팡이를 응용해 최대한 펼치면 끌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처음 만들어 사용했는데 편리했다. 올해 단점을 보완해 대장간에서 새로 제작했다. 모내기할 때 사용해보니 작업속도가 좀 더딘 점은 있지만, 고령의 농민들도 모판을 옮길 때 허리를 굽히지 않아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어 좋다"는 말로 '발명품(?)'을 소개했다.
 
 임순구씨가 제작한 모판집게와 모판끌개.
임순구씨가 제작한 모판집게와 모판끌개. ⓒ 임채홍

임 이장은 고덕에서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당진 신촌초등학교 6학년을 다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도포기해야 했다. 15살 때부터 형제들과 함께 부모님을 도와 시작한 농사일이 자그마치 55년이다. 2008년부터는 처음 이장으로 선출된 뒤 15년째 직을 맡아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고 주민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고 있다. 120여 가구 200여 명이 살던 마을은 15년만에 80여 가구 100여 명으로 줄었다.

"주민들의 50%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모내기, 수확 등 농번기가 되면 평균 나이 75세 이상인 어르신들이 늘 걱정이다. 고령화로 몸이 불편해 병원에 다니는 것이 일상화됐는데, 이런 상황이 늘 안타깝다."

모판끌개와 모판집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고령의 주민들이 고된 농작업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일할 때 자세만 바꿔줄 수만 있어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고안한 발명품이다. 그는 "'모내기 때 가장 필요한 손도구들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농기구 개발로 이어졌다. 내년에는 추가로 10여개를 더 만들어 우리마을 주민들부터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아들 채홍(43)씨는 아버지의 농기구 발명소식을 누구보다 반기며 주위에 알렸다. 그는 "아버지는 임대한 땅 4000평을 합해 2만 평 논에 벼농사를 짓고 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남의 일도 하면서 번 돈으로 조금씩 땅을 모아 지금처럼 키웠다.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다"며 "아버지가 재료를 구해 각도를 맞추고, 직접 제작한 손도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아버지가 더 힘을 내실 것 같다"고 응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농기계 개발#모판집게#모판끌개#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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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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