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정확하지 않지만, 아프리카의 속담으로 알려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마을에서 교육을 이야기할 때나, 교육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아이들이 키우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의 가미야마 학교 이야기이다.
우선, 일본 도쿠시마현의 소도시 가미야마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가미야마는 전국에서 소멸 가능성이 20번째로 높은 마을로 분류되기도 했다. 소멸을 가능성으로 품은 마을은 현재 도시로부터 청년들이 이주하는 곳으로 IT 벤처 기업들이 계속 마을로 진입하고 있는 곳으로 변했고, 지역 재생의 사례를 보고 배우기 위해서 일본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가미야마를 배경으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가미야마의 학교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에 먼저 짧게 소개하였다. 여기서는 가미야마가 가미야마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교육에 대해서 나누고자 한다. 지역과 학교의 관계를 중심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교육 코디네이터로 일한 경험을 공유한 글쓴이의 경험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시도, 현장 기반 지역 학습 '가미야마 창조학'
학교 밖에서 활발한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런 학생들이 좀 더 실제 사회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미야마 창조학'은 시작되었다. 복잡한 모든 계획을 뒤로 하고, 학생들이 마을에서 배우는 것 자체를 환영하는 느낌이 들도록 '수업을 통한 자기 성장'을 목표로 하면서 학생들이 익혀야 하는 세 가지의 힘을 강조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 전달하는 힘, 다른 사람과 협동하는 힘 그리고 나와 사회에 관해 생각하며 새로운 발견을 하는 심화하는 힘이다.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하면서 '비선형적인 배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도, 씨앗으로 경관을 만들다 '도토리 프로젝트'
귀여운 이름의 도토리 프로젝트는 산에서 주워 온 여러 씨앗을 학교 온실에서 길러서 새로 짓는 주택의 정원에 심고 녹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마을의 경관을 조성하는데 학생들이 참여하고, 마을 안에 목수가 시공하고, 지역의 목재를 사용하도록 했다. 씨앗에서 묘목을 키워 마을의 경관을 만들기로 5년간 총 70종, 5700개가 넘는 묘목을 키웠다.
세 번째 시도, 학교에서 익힌 기술을 살려 일한다. '손자 손 프로젝트'
도토리 프로젝트가 마을에서 주도하는 공공사업에 학생들이 수업의 하나로 참여하는 것이었다면 '손자 손 프로젝트'는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학생들이 참여한 또 다른 프로젝트였다. 가미야마 고등학교에서는 현에서 유일하게 조경을 교육하는 학교인데, 학교에서 익힌 조경 기술을 마을의 고령자분들이 정리하기 힘든 자택 주변을 관리하는 유료 봉사활동이다.
학교에서 배운 조경 기술을 활용해서 멋진 정원을 만들고 감사의 인사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고, 유료이기 때문에 책임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6년간 진행된 프로그램의 의뢰 건수는 80건 이상으로 3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했다.
네번째 시도, 미래의 식농환경을 생각하는 '콩깍지 프로젝트'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서 놀고 있었던 학교 근처의 경작지를 학생들이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실습 장소로 활용하면서 마을의 경관도 지키려는 목표로 시작된 '콩깍지 프로젝트'는 환경디자인 코스와 먹거리 생산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계단식 논을 복원하기 위해서 석축을 쌓는 일부터 배워서 이듬해 모내기를 시작했다. 5월 하순에 수확한 밀로는 다양한 먹거리 가공을 실험해 보기도 했다.
글쓴이 역시 교육 코디네이터로 면사무소와 고등학교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교사는 매일의 수업과 학교 업무 때문에 지역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지만 코디네이터는 학교와 지역인재 또는 행정과 징검다리 역할을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면사무소와 지역, 필요한 조직과 사람을 연결하는 존재가 지역공사인 가미야마연대공사로 민간 협동을 이끄는 새로운 중간 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에서 마을교육과 대안교육에 노력해 온 분들이라면 아마 이 책을 읽고서 새로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책의 나온 내용을 잘 학습한다고 해서 아무 곳이나 가미야마가 될 순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지역다움'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에 살고 싶은 마을을 물려주고자 한다면 경험을 축적할 실험의 장으로서 지역의 역할과 학교와 지역, 학생과 어른의 서로 다른 주체가 서로 키워주는 환경이 무엇인지 그 고민의 답을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을 바꾸자, 답은 다시 안에서 찾아야 한다.
끝으로 '선생님들과 다 함께 식사'를 주도적으로 이끈 에비나 미치코 선생님이 16년간 가미노미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전근을 가면서 칠판에 남겨 놓은 글 중에 일부를 소개하면서 써 놓은 어느 책의 한 대목이 이 책의 내용을 대신하는 것 같아서 그 내용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나는 아이들이 전부 마을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든 학습 기반에 국토와 사회에 대한 '사랑'을 남기고 싶다. 자기가 자란 마을을 방관하지 않고 사랑하고 키워갈 수 있도록 주체성을 심어주는 교육, 그것이 '마을을 키우는 학력'이다. 그런 학력이라면 외지에서 진학과 취직에서 실패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일생을 망치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마을에서 계속 살 때 그 태어난 보람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마을을 버리는 학력'이 아니라 '마을을 키우는 학력'을 기르고 싶다." - 도이 요시오 <하루에 한마디>에서
덧붙이는 글 | 비슷한 내용의 글이 양석원 시민기자의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https://brunch.co.kr/@ejang/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