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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기자말]
ⓒ 주간함양
  
도시 생활에서 조금의 여유와 안락함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카페이다. 카페는 커피와 함께 문화와 즐거움을 제공하며 몇몇 지역에서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 지인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들리는 장소, 친구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는 명소, 시험기간 공부를 위해 찾는 공간. 카페는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복합적인 공간에서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바리스타들이다. 이번 체험 삶의 함양 현장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과 열정을 조명했다.

유난히 변덕스러운 5월의 날씨, 이때쯤 직장인들의 생명수라 불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이 생각날 무렵이다. 오후 점심시간이 지난 1시께 오늘 방문지인 함양읍 수수카페를 찾았다.

동문네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1층에는 원두 로스팅 및 사무실, 2층에는 커피를 마시는 카페로 꾸며져 있다. 체험을 위해 찾은 이곳에 수수카페 대표 김수영씨와 그녀의 남자친구 이종혁씨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은 원두 로스팅부터 커피를 내리는 과정 전반을 배우기로 했다.
  
ⓒ 주간함양
 
먼저 1층 로스팅실에서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는 방법을 배웠다. 오늘 선택된 원두는 볼리비아산 원두다. 3kg 원두를 준비된 거름판에 올려놓고 거르는 작업을 했다. 원두에 상처가 있고 크기가 작은 원두를 육안으로 일일이 확인하며 걸렀다. 로스팅 전 원두인지라 알고 있던 색과 달리 푸르스름한 빛을 띠어 어떤 원두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이종혁씨가 건넨 불량 원두를 표본삼아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으로 원두를 걸러냈다. 처음 하나하나 물으며 불량과 정상을 구분하니 금방 감을 찾았다. 이어 거름판을 쓰다듬으며 작은 원두가 거름판 구멍사이로 빠지게 유도했다. 손으로 직접 걸러낸 원두와 거름판 밑으로 빠진 원두가 상당히 많았다.

일부러 오늘 체험을 위해 수작업이 필요한 원두를 선택했다고 이종혁씨가 말했다. 이렇게 걸러지는 원두가 많다고 해서 품질이 낮은 원두는 아니다. 원두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르기에 다양한 원두를 구비해 놓고 있다. 이종혁씨는 "손님들이 원하는 원두가 다양하고 또 서로 다른 원두끼리 배합하여 커피를 만들면 또 다른 맛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주간함양
 
이렇게 걸러진 원두를 가지고 로스팅 기계 앞에 섰다. 3000만 원에 달한다는 로스팅 기계에서 유럽의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절대 가격이 비싸서는 아니다.

원두 가열을 위해 로스팅 기계를 10~20분가량 예열 후 이종혁씨의 노하우대로 기계를 설정했다. 이어 커피를 넣고 로스팅을 시작했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로스팅 과정은 마술과 같다. 이 과정에서 단단하고 맛없던 생두가 매혹적인 향을 발산하는 감미로운 갈색 커피콩으로 변신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아미노산의 아미노기와 환원당의 카보닐기가 축합하는 초기·중간·최종 단계를 거쳐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원두표면이 150도에서 170도 사이에서 일어나며 커피를 맛있게 만든다. 쉽게 설명하면 삼겹살을 구울 때 가장 알맞게 익는 온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런 수많은 반응이 일어나 비로소 수백 가지의 새로운 향미성분이 원두에 묻어난다.
 
ⓒ 주간함양
 

원두를 볶았으니 2층 카페로 올라가 직접 커피를 내렸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글라이딩 기계에 넣고 갈았다. 글라이딩 기계도 설정값 17.5g 정량으로 나왔다. 이어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기계에 넣고 원두 원액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생각보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커피를 내리는 기계도 3500만 원이다. 여기서 또 유럽의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다시 말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드는 생각은 아니다.

로스팅 기계, 에스프레소 기계, 비싸고 좋은 원두를 사용하고 있지만 카페 수수의 커피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유는 이종혁씨의 대학생활에 있다. 이씨는 독일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고단했던 타국살이를 커피에 기대 생활했다.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좋은 커피를 저렴한 가격으로 마셨던 경험이 이종혁씨에게 추억으로 남았다. 이종혁씨는 "독일 대학교 성적은 F학점이 두 번 이상 나오면 독일 어느 대학교에서도 학교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다. 그렇기에 당시 느꼈던 압박감을 좋은 커피와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격으로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사실은 500원 올리는 게 편한 일이다. 그러나 돈 조금 더 벌자고 손님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가격을 올릴 마음은 없다. 힘들겠지만 원두를 더 대량으로 가져온다던지 직거래로 원두를 받는 등 유통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를 운영하며 가장 좋은 점은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서라는 이종혁씨는 하루에 8잔 이상을 마신다. "사실 카페를 운영하지 않고 하루에 커피를 8잔씩 먹으면 꽤 부담되는 돈이다. 카페를 운영하며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종혁씨는 커피를 통해 많은 이들이 마음에 휴식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저는 의사가 아니기에 사람들의 신체적인 아픔을 치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커피로 제가 지난날 경험했던 마음의 안식을 주위 사람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 저희 가게를 찾는 고객도 물론이고 꼭 카페 수수가 아니라도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풍적인 카페창업 열풍으로 국내 어디서나 쉽게 카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취향과 선호도만큼이나 갖가지 분위기와 맛을 가진 카페가 많이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 준 최고의 커피를 마시며 일상의 여유를 찾는 것도 이젠 하나의 문화생활이 되는 시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체험 함양 삶의 현장?8 ‘카페수수’ 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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