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외치는 구호는 참가자들만의 요구가 아니라 차별받는 모든 이들의 요구이며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7일 거리로 나선 여성·장애인·노동자들은 2023 부산차별철폐대행진의 핵심 요구로 "차별 없는 임금인상"을 내세웠다.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임금은 반드시 올라야 하고, 모두가 대상이란 주장이다. 동결이나 업종별 차등적용을 말하는 정부·여당, 경영계의 태도와는 정반대의 목소리다.
가톨릭노동상담소,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민중연대, 부산반빈곤센터, 부산여성회, 부산참여연대, 부울경이주공대위, 이주민과함께 등은 이날 부산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스물두 번째 대행진에 들어갔다. 노동당·정의당·진보당 등 지역의 진보정당까지 함께한 이날 선포식에서 이들 단체는 "저임금 노동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라며 최저임금 문제에 집중했다.
여러 단체를 대표해 나온 이들은 "임금인상이 불평등, 양극화 해소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최고운 부산반빈곤센터 대표는 "세계적으로 장애인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을 제외하는 국가는 극소수다. 보호라는 핑계로 제대로 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선화 부산여성회 대표는 "2022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 노동자 중 71%가 여성"이라며 "대부분이 청년, 중장년 여성에 몰려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석환 이주민과함께 운영지원팀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열악하고 위험한 일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임금까지 차별 적용하는 현실을 반복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와 함께하는 부산일반노조의 정영주 총무부장은 물가 인상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소연을 던졌다. 그는 "물가는 폭등하는데 월급이 그대로면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노동자와 서민은 더 이상 살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발언과 선언문 낭독을 끝낸 뒤 이들이 선택한 건 바로 또 다른 경영자 단체를 향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바로 '임금 빼고 다 올랐다', '올려라 최저임금', '최저임금 12000원'이라고 적힌 대형 글자를 들고 부산상공회의소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이 돈으로 살아보라"라는 외침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반대 규탄'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우리 사회의 차별 해소를 위한 부산의 차별철폐대행진은 지난 2002년부터 햇수로만 20년을 훌쩍 넘어섰다.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라는 헌법 11조 1항의 권리를 누구나 누려야 한단 생각에서 출발했다.
진군호 민주노총 부산본부 교육선전국장은 송상현 광장, 부산시청까지 이날 남은 대행진 일정도 최저임금에 대한 아우성으로 꾸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요금 인상과 이미 오른 물가는 저임금 노동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자본의 요구대로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차등 적용한다면 차별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