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고위직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한해서 감사원의 감사(직무감찰)를 받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 결정 및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헌법기관으로서의 중립성·독립성을 이유로 위원 만장일치로 감사 거부를 결정한 데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다만, 앞서 문제 삼았던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논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알렸다.
선관위는 이날 '당면 현안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선관위 내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하여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행정부 외 독립기관인 선관위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부터 다시 밝혔다.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을 규정한 헌법 97조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에 비춰볼 때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 출범하였으나, 3.15 부정선거가 발생하여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재탄생했다"며 "따라서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하여 감사하는 것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에 관하여 감사원과 선관위가 다투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헌법에 대한 최종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자 한다"고 알렸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는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하여 이 문제에 관하여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힘 "감사 전면 수용하고 권한쟁의심판 청구 철회하라"
감사원 감사 전면 수용을 압박해 왔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대체 누굴 믿고서 아직도 이런 배짱을 부리는 것이냐"며 "선관위는 21세기 대한민국이라고 믿기지 않는 소쿠리 투표와 음서제를 자행했다. 북한 해킹에 뻥 뚫리고도 국정원 보안 점검을 거부했다. 그런 선관위가 지금 '헌법상 독립기관', '헌법정신'을 말할 자격이 있다고 보시냐"고 따졌다.
아울러 "자정능력도, 의지도 상실한 선관위는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로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면서 "즉각 채용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부실 선거관리, 북한 해킹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결정을 철회하라"고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