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음에도, 대전시가 제대로 된 피해자 구제대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피해자들이 맞춤형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 전세피해대책TF와 (가칭)대전지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모임은 12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로 젊은이들과 서민이 눈물 짓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대전시, 경찰 등에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당 중앙당이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19일까지 전세사기 피해를 접수받은 결과, 총 506건 가운데 대전이 22.5%인 114건을 기록,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대전시는 피해지원창구로 접수된 203건 중 6건(2.95%)에 대해서만 피해자로 인정하여 긴급주거와 무이자대출을 지원했다는 게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97%의 피해자가 배제되는 정책은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대전시의 무책임한 대책을 비판했다.
또한 지난 1일 시행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다가구주택 피해자를 구제하기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건물 단위로 매매가 가능하기에 피해자 개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소용이 없다는 것.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공공이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정책도 정부가 다가구 피해자가 포함된 주택을 통째로 매입하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접수결과를 보면, 대전의 다가구주택 피해자 비율이 무려 61%에 이른다. 이들은 따라서 대전시가 특별법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만 전세사기 피해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며 대전시의 상황에 따른 지역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다가구·다세대 주택 비율이 높고, 전세가율이 높으며, 주택가격 하락 폭이 크고, 청년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 발생 위험이 높은데, 대전은 이 모든 지표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매우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행동에 나설 것이냐"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전시는 그저 태평하기 만하다. 불법중개행위 단속도 제대로 되지 않아 사기죄에 걸린 부동산 중개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재개했다"며 "법률상담도 제때 받지 못해 피해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직적 범죄 의혹에 대해 피해자들이 증거와 함께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전시는 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제대로 행동에 나설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며 "대전시는 전세사기 위험 지역을 전수조사하여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 피해자 모두를 폭넓게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사각지대 없는 '선 구제 후 회수' 내용으로 특별법을 개정할 것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자 모두 포함하는 피해자 요건을 확대할 것 ▲경매 중단 즉각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대전시를 향해서는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 ▲다가구주택 피해자 등 지역맞춤형 피해자 구제대책을 마련할 것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 모두를 폭넓게 아우르는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대전경찰을 행해서도 ▲지역 금융권과 공인중개사, 건축주, 임대인의 조직적 범죄 의혹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박정현 민주당대전시당 전세피해대책TF단장은 "6월부터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는 대전시가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대전시는 TF팀을 8명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300여 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그 인원으로 어떻게 다 조사한다는 것인가"라며 "대전시는 조사인원을 늘려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