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이랄로 '젤다 휴가' 떠납니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젤다 휴가' 떠난다는 말을 종종 볼 수 있다. 직장인이 연차를 내고 휴가 동안 닌텐도 스위치 게임 <젤다의 전설>을 온종일 할 것이라는 뜻이다.
2023년 5월 12일 발매된 <젤다의 전설> 시리즈 '티어스 오브 더 킹덤(왕국의 눈물)'은 출시 3일 만에 전 세계 판매량 1000만 장을 돌파할 만큼 화제의 게임이다. 이는 전작인 '야생의 숨결'의 판매량 2900만 장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하이랄'은 <젤다의 전설>에 나오는 지역의 이름이다. 광활한 협곡, 평야, 강과 호수, 설원과 사막 지역까지 꼼꼼하게 3D 그래픽으로 구현됐다. 게임 초반부터 주인공 '링크'가 된 게임 사용자들은 하늘섬에서 뛰어내려 드넓은 게임 속 공간을 이곳저곳 여행할 수 있다. 특히 공중을 날아다닐 때,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순간의 짜릿한 쾌감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실종된 젤다 공주를 찾아서 모험을 떠난 링크는 몬스터와 싸우고, 비밀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찾아간다. 다양한 지형을 날고 뛰어다니는 동안 여러 가지의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젤다 휴가' 떠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특징은 '높은 자유도'이다. 게임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지만, 게임 내에서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을 살려 비행선, 차량, 거대로봇 등 다채로운 기계를 만들 수 있다. 최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젤다의 전설>에서 만들어낸 기계 중 독창적인 것을 공유하면서 자랑하는 게시물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다른 게임보다 난이도가 높기는 하지만, 자유도가 높아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야기의 핵심 줄거리를 따라가며 임무처럼 주어지는 메인 퀘스트를 하나씩 달성할 수 있지만,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일출 또는 노을 등 시시각각 변하는 경치를 바라보거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면서 여행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
굵직한 퀘스트뿐만 아니라 크고작은 마을에 방문하는 동안 곤경에 처한 마을 주민을 도울 수도 있다. 마차 바퀴가 망가져서 수리해야 하는 사람을 돕고 대가를 받는 경우는 소소하면서도 효용감을 느끼게 해주는 임무였다. 여행, 풍경 감상, 타인을 돕는 뿌듯함 등 현실에서 겪기 쉽지 않은 것들을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서로 돕는 게임 사용자들
최근 유행하는 PC나 모바일 게임과는 다르게,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사용자가 혼자 게임을 플레이하며 '왕국에 위기를 초래한 사건'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멀티 플레이 기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같은 게임 공간 안에서 만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 이 게임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트위터 등 여러 소셜 미디어에서는 "자꾸 실패해서 그러는데, '라이넬'(게임 속 몬스터) 쉽게 잡는 법 아시는 분 있나요?" 등 많은 사람들이 게임 중 진행이 막히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거나 답해주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시작의 하늘섬'에서 맵이 너무 넓어 어려움을 겪었다. <젤다의 전설>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 게임 속 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맵 여기저기에 '사당'을 배치해 뒀는데 하늘섬 세 번째 사당을 찾지 못해 1시간 정도 헤맸던 것. 트위터에 "시작의 하늘섬에서 세 번째 사당 어떻게 찾나요?" 등을 질문하자 먼저 플레이한 사용자들이 친절하게 조언을 건네주기도 했다.
몇 가지 묻고 답하는 동안 "조급해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플레이하며 맵 구석구석 둘러보며 익숙해지기를 추천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실제로 <젤다의 전설>은 줄거리의 길이나 게임 속 세계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차분하게 즐기는 쪽이 맞을 듯했다.
게임 속 세계 구성이 자유로운 대신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는 세계 각국의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팁이나 무기 조합 등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게임 출시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이미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하여 엔딩을 본 사람도 있고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몬스터를 쉽게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다.
"이 시리즈는 정말 천천히 오래 즐겨도 좋은 게임이에요."
"링크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 몬스터들 한 방에 잡는 모습 보니까 속이 시원하네요. 온종일 받은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입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기분
1990년~2000년대 초반까지 난이도가 어려운 게임의 경우 종이책으로 된 게임잡지 속 '공략집'을 토대로 풀어나가는 식이었다면, 2023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온라인에서 사용자들이 협업하며 돕는 방향에 가깝다고 할까.
"젤다의 매력은, 다소 어려우면서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의 게임이라는 거예요. 링크를 응원하며 따라가는 심정으로 게임하다 보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게 돼요."
게임을 하다가 '내가 플레이하는 링크는 왜 자꾸만 너무 쉽게 죽는 걸까' 싶어 포기하려던 찰나, 누군가 SNS에서 보내준 메시지 몇 개에 다시 힘을 얻어 모험을 계속하게 됐다.
2023년 출시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을 통해 온라인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체험도 가능했다.
어느 기사에서 감염병 대확산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줄어든 청년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나도 비슷한 날들을 보내며 '어째서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지 못했는지' 자책하며 지내곤 했는데, <젤다의 전설>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집에서 하루를 보내도 허무하지 않았고, 게임하며 보낸 시간이 더 이상 낭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 관람이나 독서에 이어 또 하나 몰입할 취미가 생긴 기분이고, 그야말로 나에게는 '올해의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