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에는 전기가 없어도 밤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갈 길이 멀지만, 반딧불이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 두리마을 주민의 이야기다. 이 마을 주민들은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마을을 찾은 체험객에게 감사의 표시로 농산물꾸러미 한 상자씩 전달했다.
환경오염으로 멸종돼 가는 반딧불이는 전북 무주군의 일부 지역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돼 있을 만큼 환경이 중요한 곤충이다.
홍성 장곡 두리마을에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마을 곳곳에 반딧불이를 보려 사람들이 모인다.
홍성군지속가능협의회에서 모집한 반딧불이 체험에는 100명 모집에 모두 1293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14일 반딧불이 체험에 참여한 체험객 30여 명은 처음 보는 반딧불이에 탄성을 질렀다.
이날 체험장소는 두리마을 인근 논 옆 하천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은 행여 반딧불이 날아갈까 봐 숨소리도 죽인 채 바라봤다. 불빛이 강한 것은 수컷, 다소 약한 것은 암컷이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50여 년 전 두리마을에는 반딧불이 많아 전기가 없어도 밤길을 갈 수 있었다. 당시 어린이들은 반딧불이를 잡아 눈썹에 붙이며 놀기도 했다.
반딧불이 체험에 앞서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 모임 백청기 교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백 교사는 "예전에는 반딧불이를 흔하게 보아왔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오염으로 보기 드문 곤충으로 청정지역에서만 관찰된다"라고 설명했다.
백 교사는 "환경오염과 하천 정비에 따른 시멘트 등으로 서식지가 사라진 것도 반딧불이를 볼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설명에 아이들은 '겨울에 반딧불은 어디서 사는지', '우주에도 반딧불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환경오염, 기후 변화에 사라지는 반딧불이 지킬 것"
설명에 이어 1시간여에 걸쳐 목격된 반딧불이는 약 30여 마리로 생각보다 적은 숫자였다. 그만큼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반딧불이 체험을 마친 체험객에게 체험비만큼의 주민들 농산물 꾸러미가 주어졌다. 감사 편지와 함께 농산물 꾸러미를 선물한 이들은 두리마을 주민들로,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찾은 체험객들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이다.
이 편지에는 "반딧불이가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더욱 노력하겠다"며 마을 방문을 환영했다.
이어 "감사의 표시로 마을 분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꾸러미를 꾸렸다"며 "반딧불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연이 됐다. 꾸러미에 담긴 농산물이 여러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체험에 나선 한 아이는 "모두 18마리의 반딧불이를 봤다"며 즐거워했다.
반딧불이 체험을 기획한 김금녕 홍성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시기가 예년에 비해 빨라졌다"면서 "이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리마을 주민들과 함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사라져 가는 반딧불이를 지킬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오염되지 않은 소중한 자연을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