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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다양한 국가에서 뉴스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을 발간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영국 유고브(YouGov)가 2023년 1월 말-2월 초 온라인에서 진행했으며, 46개국 총 9만 3000여명(한국 2003명)이 응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160페이지 정도 되는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부분만 따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계 뉴스 소비의 흐름 - 뉴스에 대한 관심 줄고, 접근은 소셜미디어로
 
 나라별 온라인 뉴스에 접근하는 방식
나라별 온라인 뉴스에 접근하는 방식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전체 응답자의 약 5분의 1(22%)만이 언론사 사이트나 앱을 통해 뉴스를 온라인 뉴스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 이후 10%p 감소한 수치이며 그만큼을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채웠고 그 다음이 검색을 통해 뉴스에 접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국만 따로 놓고 보면 언론사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 경우는 6%에 불과해서 조사대상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18%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에 접근하고, 그 외에는 모두 검색이나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합니다. 반면 핀란드는 뉴스사이트에서 직접 뉴스를 보는 경우가 63%로 우리의 10배가 넘습니다.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볼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건 페이스북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비중은 2016년 42%에서 2023년 28%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 빈 자리를 차지한 건 유튜브, 와츠앱, 인스타그램 등이고 2020년부터 틱톡도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절반이 넘는 53%가 유튜브로 뉴스를 보거나 공유합니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이 그 다음이고 세계 1위인 페이스북은 10%로 4위에 불과합니다.
 
 온라인 뉴스에 접속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한국)
온라인 뉴스에 접속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한국)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온라인에서 뉴스를 소비할 때 대다수가 여전히 뉴스를 보거나(30%) 듣는 것(13%)보다 뉴스 읽기(57%)를 선호하지만, 35세 미만의 젊은 세대는 뉴스를 더 많이 듣는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인 뉴스 소비와 관심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TV 및 인쇄매체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뉴스 소비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감소하고 있으며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가 그 감소폭을 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뉴스에 덜 자주 접근하고 있으며 관심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의 절반(48%) 정도가 뉴스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7년의 63%에서 감소한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더 떨어져서 불과 38%만이 뉴스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뉴스를 보고 좋아요나 댓글, 공유로 참여하는 이들의 수 역시 점점 줄고 있습니다. 뉴스 소비자의 22%만이 뉴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약 절반(47%)은 뉴스에 전혀 참여하지 않습니다. 뉴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을 분석해 보니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남성이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정치적 견해에 있어 당파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수는 적지만 그 적극적인 활동이 의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영방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요하다는 대답이 더 많습니다. 핀란드에서 71%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한국에서도 57%가 공영방송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불과 31%만이 그렇다고 답해 대조를 보였습니다. 정부 여당은 수신료 징수 방법을 가지고 KBS를 압박하기 전에 공영방송의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공영방송이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공영방송이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에 담긴 한국 언론 - 인쇄매체의 몰락, 신뢰도는 바닥

보고서 내용 중 한국에만 해당되는 내용도 살펴보겠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국언론재단 이현우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를 "강력한 방송사, 디지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문 부문, 낮은 뉴스 신뢰도로 특징"된다고 적었습니다. 

강력한 방송사란 많은 뉴스 소비자들이 공중파 방송 3사와 YTN을 통해 뉴스를 접하기 때문이고, 신문의 디지털 변화란 온라인 뉴스에 돈을 내는 비율이 11%에 불과한 상황에서 신문들이 온라인 기사에 유료 구독 모델을 시험하고 있는 걸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낮은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뉴스 신뢰도가 41위로 바닥권이라는 걸 가리킵니다.
 
 국가별 뉴스 신뢰도.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1위로 바닥권입니다.
국가별 뉴스 신뢰도.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1위로 바닥권입니다. ⓒ 이봉렬
 
올해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2%p가 더 낮아진 28%로 46개국 평균에도 한참을 못 미치고 1위 핀란드의 69%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는데 지금은 꼴찌는 아니라는 게 그나마 덜 부끄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70.83으로 조사대상 180개국 중 47위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70위였다가 문재인 정부에선 41~43위를 유지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에 47위로 후퇴한 겁니다. 언론자유지수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상관없이 뉴스의 신뢰도는 늘 바닥인 게 한국 언론의 현주소입니다.
 
 뉴스를 보는 방법, 온라인과 TV가 가장 높습니다. 온라인 중에서 소셜미디어의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뉴스를 보는 방법, 온라인과 TV가 가장 높습니다. 온라인 중에서 소셜미디어의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은 온라인(79%)에서 가장 많이 뉴스를 봅니다. 온라인 매체 가운데 소셜미디어는 2019년 이후 크게 증가하여 지금은 45%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봅니다.  온라인 매체 다음으로는 텔레비전 뉴스(65%)가 많고 인쇄매체를 보는 경우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15%에 불과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TV, 라디오, 인쇄매체 중에서는 KBS뉴스가 1위, MBC뉴스가 2위입니다. YTN과 SBS, JTBC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종편 3사가 그 다음이고 인쇄매체들은 방송사 순위가 끝난 후에야 등장합니다.
 
 뉴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
뉴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온라인에서는 네이버가 독보적이고 다음은 2위입니다. TV에서는 KBS에 밀렸던 MBC가 온라인에서는 3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YTN과 KBS, SBS가 따르고 있습니다. 온라인 포털과 방송사가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이고 신문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순위에서 상당히 밀린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뢰하는 매체 1위 MBC,  불신하는 매체 1위 조선일보와 TV조선

앞서 한국 뉴스의 신뢰도가 전세계에서 바닥권이라고 했는데 매체 별 신뢰도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체별 신뢰도 조사
매체별 신뢰도 조사 ⓒ 이봉렬
 
먼저 신뢰하는 매체로는 MBC뉴스가 꼽혔습니다. 작년 조사에서는 6위였는데 1년 만에 극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작년 1위였던 YTN은 올해 3위가 되었습니다. 신문 가운데서는 한겨레가 가장 앞섰고, 그 다음이 경향신문입니다. 조사대상 가운데 조선일보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꼽힌 MBC는 윤대통령의 바이든 욕설 보도와 대통령 전용기 불허 사건, 한동훈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압수수색 등 현 정부와 잦은 마찰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MBC를 경원시하고 있지만 뉴스 소비자들은 그런 MBC에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MBC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58%)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20%p 가까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불신하는 매체 순위는 어떨까요? 1위는 응답자의 40%가 불신한다고 밝힌 조선일보입니다. 그 바로 뒤를 이어 TV조선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조선일보의 40%와 TV조선의 39%는 MBC가 받은 20%의 두 배 수준이고, 전체 평균 26%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그 뒤를 동아일보와 그 계열사인 채널A가 따르고 있고, 그 다음이 중앙일보입니다.
 
 조선일보 사옥
조선일보 사옥 ⓒ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불신하는 매체 1위로 꼽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불신하는 매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2020년과 2021년은 조선일보가 1위, 2022년은 TV조선이 1위, 올해는 다시 조선일보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2020년 이후  치열한 1위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황색언론 <더 선>이나 <데일리 메일> 정도가 아니면 불신한다는 응답 40%는 받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그 어려운 걸 조선일보와 TV조선이 나란히 해내고 있는 겁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매년 6월이면 전 세계의 미디어 상황을 분석해서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내놓습니다. 언제쯤이 되어야 조선일보와 TV조선이 가장 불신하는 매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그래서 우리나라 뉴스 신뢰도가 최하위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매년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일보#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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