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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경향신문>,<뉴스타파>와 함께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을 분석했습니다. 2022년 국회의원 전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는 총 1만 9890매, 약 12만건으로, 방대한 자료의 조사를 위해 3사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보고서를 모두 엑셀프로그램에 입력해 분석을 진행했으며, 엑셀파일과 보고서 원본 전체는 오마이뉴스 ‘국회의원 정치자금’ 특별페이지(https://omn.kr/187rv), 깃허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 뉴스타파 데이터포털(https://data.newstapa.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처는 꽤나 다양하다. 정치활동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음을 전제로, 대학원 진학은 물론 도서 및 학술지 구입·구독 등도 허용된다. 의상 구입도 정치 행사에 필요하다면 허용된다. 그럼에도 '이것마저 정치자금으로 가능해?'란 생각이 드는 지출내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마이뉴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2022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통해 확인된 '이색' 정치자금 사용내역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격투게임용 게임 레버 50세트 구매
 
 이상헌 의원(오른쪽)이 파키스탄 방문 당시 서상표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 및 철권 프로게이머 빌랄 선수와 함께한 '격투게임용 게임레버 증정' 약정식
이상헌 의원(오른쪽)이 파키스탄 방문 당시 서상표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 및 철권 프로게이머 빌랄 선수와 함께한 '격투게임용 게임레버 증정' 약정식 ⓒ 이상헌 의원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북구)은 2022년 10월 4일 게임기기 구입에 무려 정치자금 10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게임통'으로 유명하다. 게임 산업과 e스포츠 전반에 관심을 갖고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해외게임 국내대리인 지정법' 등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정치자금으로 게임기기를 구입한 이유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게임기기 구입에 천만 원을 쓰게 된 전말은 이렇다. 한국-네팔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네팔과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그는 네팔·파키스탄과의 문화 교류와 더불어 두 나라에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도 당부했다.

이 가운데 파키스탄과는 'e스포츠 외교'를 했다. 파키스탄이 e스포츠 종목 중 격투 게임 '철권'의 글로벌 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 의원은 8월 24일 파키스탄을 방문해 철권 프로게이머 빌랄 선수와 당시 서상표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를 만났다. 그리고 아마추어·유소년 선수들에게 1000만 원 상당의 격투게임용 게임 레버 50세트를 증정하는 약정식도 체결했다. 약속은 금세 지켜졌다. 약정식으로부터 40일가량이 지난 10월 4일, 이 의원은 게임 레버 50세트를 정치자금으로 구매하고, 이를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그냥 파키스탄을 방문하느니, e스포츠 인사들을 방문해서 외교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게임 실력은 좋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아서 게임 레버 50세트를 구매하고, 어렵게 e스포츠 선수 생활을 하는 분들께 증정해 양국 간의 우호를 증진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
 
 국내외 주요 OTT 업체들의 로고.
국내외 주요 OTT 업체들의 로고. ⓒ 웨이브, 왓챠, CJ ENM, 넷플릭스, 애플
 
정치자금으로 국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사용한 의원들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갑)의 정치자금 지출에서는 '통신비(푹티비)' 내역으로 월 7900원씩 11개월, 총 8만 6900원을 사용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출한 곳은 '콘텐츠웨이브주식회사'. 유명 국내 OTT 중 하나인 웨이브 월정액을 정치자금으로 낸 것이다.

주 의원은 왜 OTT 구독료를 정치자금에 포함한 것일까? 주 의원 측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려고 웨이브를 구독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의정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시청하기 위해, 특히 장거리 이동할 때 볼 수 있는 KBS나 EBS의 시사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위해 웨이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시을)은 '아마존 프라임' 이용료 명목으로 월 1만 6640원씩 9개월, 총 17만 7101원을 정치자금으로 썼다. 그가 구독한 아마존 프라임은 미국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비롯해 아마존 뮤직 프라임, 프라임 게이밍(게임), 프라임 리딩(전자책)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의정 활동 관련해서 전자책(eBook) 서비스를 이용했다. 국내에서 읽기 어려운 외국 서적과 업무 관련 원서를 읽기 위해서"라며 "영상(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은 보지 않았고, 전자책 서비스 이용 목적으로 사용했다"라고 밝혔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인 '멜론' 요금을 정치자금으로 냈다가 반환했다. 그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2021년 의정활동용 통신 요금 중 멜론사용료(2021.8~2021.12)'가 있다. 이 내역에 따르면, 정 의원은 정치자금으로 냈던 의정활동용 통신 요금 중 멜론 이용료 5개월치 2만 6290원을 반환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통신비를 정치자금으로 제출하던 도중 멜론 요금이 포함된 것을 파악했다. 선관위로부터 '사용 불가' 의견을 듣고 반환했고, 소명서도 제출했다"라며 "정 의원 휴대전화에는 멜론 앱이 깔려있지 않았다. 무언가를 잘못 눌러서 결제가 이뤄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문구 새긴 옷 두 벌 구입
 
 장혜영 의원이 '2022 TIME 100 Summit' 참석을 위해 입은 옷. 장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미국 방문 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때 포함한 사진이다(캡처본).
장혜영 의원이 '2022 TIME 100 Summit' 참석을 위해 입은 옷. 장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미국 방문 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때 포함한 사진이다(캡처본). ⓒ 국회사무처
장혜영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정치자금으로 두 벌의 의상을 구입했다.

먼저 그는 2022년 5월 26일 '2022 TIME100 Summit 참석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레터링 옷 구입'을 위해 쿠팡에서 25만 4600원을 썼다. 

미국 타임지는 매년 정치·비즈니스·엔터테인먼트·스포츠·과학·건강 등의 분야에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인물 100명을 뽑아 'TIME 100 NEXT'를 발표하고 있다. 또 이 100인을 다음 해 미국에 초청해 포럼, 간담회, 패널 토론 등을 포함한 회담(Summit)과 갈라(Gala) 행사를 진행한다. 장 의원은 2021년 2월 이 'TIME 100 NEXT'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2022년 6월 미국 뉴욕 재즈앳 링컨센터에서 열린 '2022 TIME100 Summit'에 참석했다.

이때 그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라는 문구를 '레터링' 한 의상을 입었다. 타임지가 그를 'TIME 100 NEXT'에 선정한 이유 중 하나도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한 노력"이었다.

그는 2022년 서울 퀴어퍼레이드 차별금지법 제정 퍼포먼스 의상 구입을 위해 또다시 쿠팡에서 정치자금 11만 4250원을 썼다. 장 의원은 그해 7월 15일 열린 서울 퀴어문화 축제에서 "무지개는 계속된다", "다양성 맛집", "모든 시민이 존중받는 축제" 등 다양한 문구가 적혀있는 흰색 셔츠를 입었다. 그는 의상 구입 외에도 2022년 서울 퀴어퍼레이드 깃발 제작을 위해 정치자금 7만 3200원을 썼다.

정치자금으로 의상 구입이 가능한 것일까. 이와 관련, 선관위는 "(정치자금으로) 정치활동 관련 현장 방문, 당내 경선 운동 등에 필요한 점퍼 등의 구입은 가능하나 일상적 필요에 의한 의복 구입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장 의원 측은 "(타임지 행사의 경우) 정의당 차별금지법 실천단 단장으로서, '밋밋하게 행사에 갔다 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옷에 글자를 써서 행사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판단했다"라며 옷을 따로 구매해서 입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에 문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서 구매했다. 타임지 행사에서 입은 옷은 레터링 업체에 맡겼고, 퀴어퍼레이드에서 입은 셔츠는 직접 레터링을 한 것"이라며 "평상시 입고 다니는 옷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자금#게임기기#OTT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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