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최근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EBS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보조금 감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감사원과 법무부, 경찰청, 국세청 소속 공무원들이 방통위에 대거 파견됐는데, 정연주 방송통신심의 위원장과 유시춘 EBS 이사장을 향해 칼을 겨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주 방통위에는 국세청과 법무부 등에서 감사와 수사 관련 공무원들이 대거 파견됐다. 지난 1일 조성은 감사원 감사교육원장이 방통위 사무처장(1급)으로 임명된 이후 또다시 외부 감사 공무원들이 방통위에 들어온 것이다.
19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방송통신위원회 운영지원과에는 지난 14일 감사원(4명), 경찰청(2명), 법무부(2명), 국세청(1명) 소속 공무원 9명이 파견됐다. 이로써 운영지원과 소속 인원은 기존 36명에서 45명으로 늘었다. 방통위 1개 부서에 타 부처 공무원이 9명이나 동시 파견된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파견된 공무원들은 대부분 감사와 수사 전문 인력들이다.
감사원에선 감사관과 기술서기관(4급) 2명과 부감사관(5급) 2명이 왔고, 경찰청도 간부급(경정 1명, 경감 1명) 직원이 파견됐다. 아울러 법무부 소속 검찰 수사관(검찰 주사 1명, 검찰주사보 1명), 국세청 조사관(세무주사 1명) 등도 감사 전문 인력으로 분류된다. 방통위 운영지원과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위원회와 소속기관 및 소관 산하단체에 대한 감사'다.
감사원 출신 사무처장 임명에 이어 관련 분야 공무원들이 대거 파견되면서 방통위 감사 기능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사무처가 운영지원과 업무 중 감사 업무를 떼어 감사담당관을 신설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방통위 관계자는 "파견된 공무원들은 향후 방통위가 진행하거나 추진 중인 감사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감사 강화는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유시춘 EBS 이사장(유시민 작가 누이)을 향한 칼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연주 위원장과 유시춘 이사장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인물들이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들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해왔다. 정연주 위원장은 2024년 7월, 유시춘 이사장은 2024년 9월 임기가 끝나지만, 정부와 여당이 총선 전에 이들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이달부터 진행 중인 보조금 사업 집행 점검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 1일부터 EBS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보조금 사업 집행 점검을 하고 있다. 방통위는 매년 EBS와 방심위에 각각 300여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점검 대상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집행된 사업으로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도 감행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와 EBS 등에 밝은 한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단정짓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방통위가 감사 기능을 강화해, 해당 기관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솎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든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점검 중인 상황에선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