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5가지 패션 선입견(
https://omn.kr/24cmy)을 살펴보았다. 멋을 방해하는 선입견이 왜 나쁘냐 하면 멋을 추구하는 마음이 알맞은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데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알맞은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방법이 틀리면 답도 틀리게 되고 오답이 쌓이다 보면 하나의 거대한 악순환이 된다.
고로 선입견 또한 누군가가 나서서 깨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커져 누구도 범접할 수 없게 된다. 대중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이 크면 클수록 패션 관성으로 인해 그 선입견을 깨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옷문제 코치는 그 선입견을 깨야 할 의무가 있는 법! 나머지 5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1. 내가 옷을 못 입는 건 OO 때문이다?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요소를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완성형 인간은 없듯이 누구나 부족한, 모자란,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을 데리고 가장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옷도 마찬가지다. 내 몸이 이래서, 내 얼굴이 이래서, 팔이 길어서, 허벅지가 굵어서. 이런 갖가지 원인을 들이대는 것은 마치 '살만 빼면 달라질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핑계를 대는 것과 같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돈이 많아졌을 때 행복한 사람들은 지금의 행복을 아는 사람들이다.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을 찾아 그것을 최대한 발휘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스스로가 장점을 찾지 못하겠다면 장점을 찾아 드러내 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2. 스타일 감각은 타고나야 한다?
타고난다는 건 뭘까. 애기때부터 남다른 감각을 갖는 것?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DNA? 감각을 만드는 것은 관심과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감각을 타고났다면 어릴 적부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란 것일 테다. 우리가 타인의 인스타를 보면 좋은 것만 보이듯이 셀럽들이 옷을 잘 입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고민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누군가 무엇을 잘 한다면 그 이면에는 그것을 잘 하기 위한 반대 급부적인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천재들은 '천재'라는 소리를 싫어한다. 왜냐하면 천재라는 소리만큼 그들의 노력과 에너지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요리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가구 조립을 잘 한다. 기질적인 영향도 분명 있겠지만 관심이 없다면 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3. 안 입는 옷을 비우면 후회할 것이다?
옷을 비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갖는 걱정 중의 하나는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1년 365일 비슷한 삶을 산다. 그리고 특별한 옷이 아닌 이상 거의 대체할 수 있는 옷이 존재한다. 1년 동안 입지 않은 옷을 비웠을 때 그 옷을 찾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옷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후회감을 무게나 크기로 잴 수 있다면 어느 정도가 될까.
비우지 않아서 받는 스트레스와 비우고 나서의 후회감을 비교한다면 어느 것이 더 클까. 살면서 증명되지 않은, 증명할 수 없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후회할 것 같은 옷이라면 애초에 비우지 않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후회할 것 같은 옷이라면 평소에 잘 입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4.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슈스스(슈퍼스타의 스타일리스트의 준말) 한혜연이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전현무를 스타일링한 적이 있다. 평소 남자 배우들 위주로 스타일링하다가 전현무를 스타일링하려니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한혜연의 고뇌에 찬 표정과 전현무의 옷차림이 대비되면서 역대급 웃음을 줬다.
요즘 잘 생긴 사람 하면 누가 있을까. 박보검을 데려와보자. 박보검에게 어떤 옷을 입혀 놔도 괜찮을까? 소년 같은 이미지가 있는 박보검은 거칠고 야성미가 느껴지는 디자인의 옷은 안 어울릴 확률이 높다. 징이 박힌 부츠나 가죽 재킷을 입는다고 생각하면 박보검과 잘 어울릴까? 누구나 자신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있다.
단지 모델들은 커버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보니 이 옷, 저 옷 잘 어울려 보이는 거고 그 폭이 작을수록 어울리는 옷은 줄어든다. 고로 잘생길수록 옷이 별로여도 얼굴로 커버할 수 있다는 말이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진짜 옷잘러들은 결코 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5. 나이에 맞는 옷차림은 따로 있다?
이 문장은 조금 바뀌어야 한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나이에 맞는 옷차림이 따로 있다'로 말이다. 요즘은 점점 개인의 의견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집단과 무리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이에 맞는 옷차림이란, 사회에서 기대하는 옷차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우리는 40, 50만 되면 차분하고 단정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의 옷차림을 고수한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해외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국내에서 입지 못한 좀 더 과감한 스타일을 도전한다. 해외에서는 내가 몇 살인지는 관심도 없고 사회에서 기대하는 옷차림은(관광객이므로) 더더욱 약해지기 때문이다. 고로 나이에 맞는 옷차림은 따로 있지 않고 '그 나이에 내가 기대하는 나의 모습과 사회에서 기대하는 나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그 나이에 내가 기대하는 모습과 사회에서 기대하는 나의 모습의 싱크가 비슷하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고, 그 둘의 차이가 좀 난다면 어디에 맞출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사회적 시선에 무게중심이 실린다면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나의 만족에 무게중심이 실린다면 내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 20대, 30대, 40대, 50대의 멋은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