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20일 대법원에 힘을 실었다.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책임 정도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여당의 비난을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이례적으로 법원행정처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정부·여당의 비난을 반박하며 "사법권 독립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석열 정권은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마저 흔들어댑니까?'라는 제목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법원이 입장문을 낸 건) '알박기 판결', '불법파업 조장' 같은 해괴한 비난까지 쏟아낸 여권의 행태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까지 무시했고, 국민의힘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사법부 독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검사정권의 오만한 폭주이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날 '윤석열 정부의 반법치주의에 진절머리 난 대법원, 오죽했으면 이례적 입장문 발표'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기업이 손해를 입증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부정하고 있지 않다"며 "기업에게 새로운 입증책임을 지우거나 더 무거운 입증책임을 지우는 판결이 아닌데도 과민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대변인은 "꿍꿍이가 있으면 제 발이 저리고 목소리만 커지는 법"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진의와 취지를 왜곡, 선동하는 일을 당장 멈추라"고 꼬집었다. 또 "대법원을 포함해 검찰, 경찰도 한마음 한뜻으로 독재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만만하게 보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가 노조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책임 정도는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 맞닿아 있는 판결이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과 재계는 거세게 반발해 왔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판결의 주심이었던 노정희 대법관을 향해 "공동불법행위의 기본법리조차 모르고,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조차 못한다"면서 "법관 자격이 없다"고 저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19일 "최근 특정 사건의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해당 판결과 주심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