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 '금강산 보덕굴'이 고향인 충남 홍성으로 돌아왔다. 지난 16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자신이 직접 구입한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 1점(171*120cm)을 홍성군에 기증했다. 유 전 청장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고암 이응노는 190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시대의 아픔으로 고초를 겪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며 작품활동을 이어오던 이응노 화백은 지난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고암의 대표작으로는 '군상'을 꼽을 수 있다. 군상은 둘, 셋, 다섯, 혹은 수십, 수백의 사람이 어울려 춤추는 듯한 그림으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보면서 정치적으로 여러 고초를 겪었던 자신의 삶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 평가위원단은 유 전 청장이 기증한 '금강산 보덕굴'에 대해 1950년 중·후반 작품으로 실제 모습을 추상적 흥취로 쾌활하게 그려내 반추상이 잘 표현된 수묵담채 작품이라고 말했다.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관계자는 "유 전 청장은 누구보다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이 홍성에서 전시되길 원했던 분"이라면서 "금강산 보덕굴은 금강산 내금강을 표한한 작품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다"라고 평가했다
유 전 청장이 홍성군에 작품을 기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유 전 청장은 지난 2011년 심향 박승무의 작품 '천첩운산도'와 고암 이응노 작품 '대나무문양 도배지'를 기증했다.
유 전 청장의 작품 기증에 이용록 홍성군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홍성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고암 이응노 화백의 혼이 살아 돌아온 날"이라면서 "금강산 내금강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보덕굴을 품은 작품은 벅찬 감동"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대작이다"라며 "세월의 흔적을 담아 우리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고암 선생님도 기뻐하실 거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21일, 금강산 보덕굴이 전시된 이응노 기념관을 찾아 직접 본 작품은 예술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도 웅장하고 대단히 큰 작품이었다.
이응노 생가기념관 관계자는 "유홍준 전 청장은 2011년 이응노미술관 건립에도 운영추진위원장으로 관여해 왔으며, 이후로도 홍성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번에 기증된 작품에 대해 보존과 자료 등 더 많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