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씨(23)가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김보성
검찰이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씨를 재판에 넘겼다. 정씨는 우발적 행동을 주장했지만, 검찰은 철저히 준비된 계획 살인으로 규정했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은 정씨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21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5시 50분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피해자 A씨의 집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경남 양산 낙동강변 인근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2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구속기간을 연장해 정씨의 주거지, 과외앱 회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였다. 또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범죄심리학자까지 투입해 자문을 받았다.
이 결과 검찰은 정씨가 과외 앱을 통해 54명의 과외강사들에게 접근했고, 범행이 쉬운 피해자를 물색하는 등 계획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또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라고 적힌 메모와 '살인 방법'·'사체유기'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인터넷 검색내역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범행동기로는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 등에 따른 분노 해소로 봤다.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런 행동에 거리낌 없는 성격적 특성도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단독범행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일부 진술, 부검결과, DNA감정 그리고 영상 분석에서 범행 과정을 명확하게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CCTV를 통해 정씨의 동선이 드러난 것에 대해선 운전면허가 없어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사회경험이 적어 곳곳의 CCTV 노출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기소로 정씨의 입장은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정씨의 입을 통해 나온 직접 발언은 검찰 송치 과정에서 언론의 포토라인에 섰던 지난 2일이 전부다. 당시 정씨는 "피해자 유가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등 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수사를 마무리 지은 검찰은 사회적 충격을 준 사건인 만큼 엄벌을 위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자신의 분노를 풀고자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학생으로 속이고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라며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