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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된 송강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송강미술관과 부속 건물
▲ 안동시 서후면 송강미술관 폐교된 송강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송강미술관과 부속 건물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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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서후면 송강 미술관은 원래 송강초등학교였지만 27년 전인 1995년에 폐교됐다.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학교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다.

폐교 후 학교 건물에 안동 미술계의 거장 전 안동대 교수 이수창(1929~2013) 화백이 '솔밤 작가촌'을 조성해 본인과 미술작가들이 상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1990년 대 후반, 이 화백을 찾아 작가촌을 방문했었다. 

이 송강초등학교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3일 사설 유료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주말을 맞아 기억을 더듬어 학교를 찾았지만 폐교는 사라지고 '상전벽해'란 말처럼 산뜻한 현대식 건물로 재탄생한 미술관을 만났다.
   
송강 미술관 정면. 두상 조형물과 버팔로 조형물이 서있다.
▲ 안동 송강미술관 정면 송강 미술관 정면. 두상 조형물과 버팔로 조형물이 서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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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있는 마을은 안동에서 유명한 백진주 쌀 전문 생산지이다. 마을 끝에 있던 송강초등학교는 1995년 3월 폐교됐다. 1969년 개교해 66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입구 주차장에서 바라본 미술관은 잘 꾸며놓은 잔디 광장과 붉은 지붕의 건물 그리고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이곳이 폐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학교 운동장은 넓은 잔디 광장으로 변했고 아이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던 오래된 플라타너스만이 이곳이 교정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잔디 광장을 중심으로 미술관은 정면에 위치하고, 오른쪽에 안동 문학관과 카페 'RUSSEL'이 있다. 미술관은 1·2·3 전시관과 하회탈 전시관, 떡살 전시관 등으로 구성됐다.   
   
하회별신굿 탈놀이 때 쓰이는 하회탈과 시연자 익살스런 모습을 조형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 송강미술관 하회탈 전시관 하회별신굿 탈놀이 때 쓰이는 하회탈과 시연자 익살스런 모습을 조형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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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탈 전시관에는 하회별신굿 탈놀이 때 쓰이는 하회탈이 전시돼 있다. 국보 진품 하회탈은 안동시립박물관에 있으나 여기에 전시된 하회탈은 이 지역 작가가 만든 것으로 진품과 똑같다. 하회탈과 탈놀이 꾼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술관 메인 전시관 입구에 삼족오 조형물이 있다. 강렬한 인상을 준다.
▲ 송강미술관 메인 전시관 입구 조형물 미술관 메인 전시관 입구에 삼족오 조형물이 있다. 강렬한 인상을 준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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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메인 전시관 입구 천장에 걸려있는 삼족오 동상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삼족오는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로, 동아시아 전설에서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1 전시관의 짙은 색의 푸른 벽이 뜻밖이다. 크고 작은 작품도 인상적이다. 붉은 코끼리에 집으로 채워진 사람, 바다를 건너 숲과 집 상공을 넘나드는 고래, 아인슈타인과 다윈 등 서양화와 동양화 등 안동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 많이 걸려있다. 
     
신대준 작가 '다시 만난 세계' 붉은 코끼리와 아이가 인상적이다.
▲ 신대준 "다시 만난 세계" 신대준 작가 '다시 만난 세계' 붉은 코끼리와 아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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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길 작가의 '바벨' 그림 속에 집이 가득하다. 내집을 갖고자 하는 현대인의 열망을 담고 있다고 한다.
▲ 최형길 "바벨" 최형길 작가의 '바벨' 그림 속에 집이 가득하다. 내집을 갖고자 하는 현대인의 열망을 담고 있다고 한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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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미술관은 유료 사설 미술관이다. 아마 안동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사설 미술관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여겨진다. 작지 않은 시설에 다양한 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떡살전시관, 옛날에 떡을 만들 때 사용하던 떡살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 송강미술관 떡살전시관 떡살전시관, 옛날에 떡을 만들 때 사용하던 떡살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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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유료지만 떡살 전시관과 문학 전시관은 무료이다. 떡살 전시관에는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쓰던 떡살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궁중에서 쓰던 것과 양반가, 민가 등에서 쓰던 떡살이 종류별로 구분된다. 또 잔치 때 쓰던 것과 제례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잔치 떡살은 꽃과 나비, 물고기, 거북 등의 문양을 사용했고 제례용으로는 민무늬나 빗살무늬 등을 썼던 모양이다. 대부분 나무 떡살이지만 자기로 만든 떡살이 눈에 띈다. 떡살의 문양은 주로 부귀와 수복을 기원하는 길상무늬를 비롯해 장수와 해로를 뜻한다. 
 
떡살전시관은 무료로 운영된다. 나무와 자기 등으로 만든 떡살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 떡살 전시관 떡살전시관은 무료로 운영된다. 나무와 자기 등으로 만든 떡살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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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먹으면서도 좋은 일이 무궁하기를 바랐던 우리 조상님들의 현명한 지혜가 엿보인다. 손쉬운 기계에 밀려서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의 애장품이었던 떡살이 모두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한 개 두 개 모은 것이 전시관을 열 정도가 됐다고 한다.     
 
옛 문학지와 시집,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이 전시돼 있다.
▲ 송강미술관 안동문학관 내부 옛 문학지와 시집,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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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문학관도 볼거리가 많다. 미술관 관장이자 시인인 김명자씨가 젊은 시절부터 한두 권씩 모은 책들을 깔끔하게 전시하고 있다. 박재삼 수필집과 김소월 시집, 초판본 정지용 시집, 조지훈 시집 ' 역사 앞에서', 노천명의 시집 ' 꽃길을 걸어서 ' 등 희귀본이 눈길을 끈다.     
 
정지용, 조지훈, 노천명 등 유명 시인들의 초창기 시집
▲ 정지용 시집 등 유명 시인들의 시집  정지용, 조지훈, 노천명 등 유명 시인들의 초창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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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카페 'RUSSEL'은 관람객들을 위한 쉼터이다. 청색 타일 바닥에 다양한 탁자로 꾸며진 카페는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과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창밖에 보이는 녹색의 산과 벼가 심긴 논은 피로에 지친 눈을 시원하게 한다.     
  
푸른 색 타일의 카페 바닥과 시원한 창밖 풍경이 인상적이다.
▲ 송강미술관 카페 "RUSSEL" 푸른 색 타일의 카페 바닥과 시원한 창밖 풍경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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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송강 미술관은 '문화'와 '휴식'이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을 즐기고 예술이 일상 속에 녹아드는 곳을 만드는 게 설립자의 꿈이라고 한다.   
  
지방 작은 도시 안동은 예부터 인문학의 중추를 이룬 곳이다.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부른다.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 정신을 이어받아 수많은 유학자와 이육사 등 시인, 권정생 등 문학가가 배출됐다. 시 외곽지 자연 속에 들어선 개인 미술관이지만 안동의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고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안동 송강 미술관: 경북 안동시 서후면 이송천길 240-10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태그:#송강미술관, #안동 문학관, #떡살 전시관, #하회탈 전시관, #카페 RU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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