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입법예고가 완료된 가운데 언론학계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언론학회 등은 이 문제와 관련해 다음 주 긴급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3개 학회 수장들은 지난 19일 모임을 갖고, 정부가 추진하는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27일 0시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완료됐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3월 국민참여토론을 연 후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밀어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실 권고를 받아 10일 만에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었고, 입법예고 기간도 통상 40일에서 10일로 줄이는 등 속도전을 냈다. 이 과정에서 언론학계가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없었다.
학회 수장들은 별다른 숙의 과정 없이 불과 3개월 만에 추진될 문제가 아니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한 관계자는 "TV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숙의 과정도 없이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학자들 사이에서도 "전형적인 형태의 포퓰리즘"이라는 거친 비판까지 나오는 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보수 진영에서 포퓰리즘 문제를 많이 제기했는데,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이야말로 완벽한 포퓰리즘"이라며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선호할 방안을 내놓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나 문제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KBS와 EBS 등 공영방송이 수신료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광고시장에서 이를 만회하려 할텐데, 이렇게 되면 전체 방송사들의 파이 나눠먹기 경쟁이 더 심화된다"며 "이렇게 되면 방송사들은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청률을 확보하려 할 텐데, 전체적인 방송 콘텐츠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KBS와 EBS 등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다 묻혀진 채 단순히 징수 방식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이 방안 추진으로 공영방송이 부재한 경우, 재난방송이나 공공 여론 형성 등의 기능은 누가 대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신료 납부원과 싸우고 가산금까지... 국민 불편
TV수신료 분리 징수가 이뤄진다고 해도 수신료 납부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국민 불편만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해당 시행령은 TV 수신료를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에 포함해 대신 징수하는 현재 방식을 금지하는 것으로, 현행 방송법에는 공영방송 수신료 징수 의무 규정이 있다. 때문에 KBS는 전기요금 통합이 아닌 다른 형태로는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으며 국민들도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전기요금과 수신료가 분리되면, 국민들은 이중납부를 해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수신료를 납부할 생각이 없어서 분리징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인데, 분리징수가 이뤄지면 징수원이 와서 납부를 하라고 할 것"이라며 "징수원과 관계가 불편해질 것이고, 안 낸다고 버틸 문제가 아니라, 방송법에 따라 나중에 가산금을 부과해서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코 국민들의 편익이 증진되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환 교수도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이 재원을 적절히 확보하지 못하면 당연히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될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뻔히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