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배제' 언급과 관련해 "킬러 22문항을 없앤다고 수능이 해결되고 대학입시가 제자리를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도 "기준치 초과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시작이 되면 자꾸 다른 나라에서도 할 수 있어 누적되면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에 반대한다"고 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27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먼저 최근 논란이 된 수능 문항과 관련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박 교육감은 "혼란 증폭 대열에 들어갈까 싶어 한 말씀도 안 드렸다"며 "교육감으로서 수능을 준비하는 행정적인 부분에서 단 한 치의 오차나 실수도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학교에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수능 준비에 충실하게 잘 해달라, 우리에게는 흔들릴 시간조차 없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이른바 '킬러문항'을 두고는 "22개 문항을 없앤다고 수능이 해결이 되고, 대학입시가 제자리를 찾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좋은 기구가 있는데, (대통령이) 거기서 심도있게 논의해달라고 말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했다.
이어 "대학입시 문제를 그렇게 표현하시고, 거기에 맞춰서 교육부가 호들갑을 뜰고 하는 방식으로, 사교육 문제도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모두 좀 더 차분하게 진지해지고,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국가 차원의 문제가 있다면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기구에 맡겨 긴 호흡으로 함께 고민하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지역의 현안 과제이기도 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질문에는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핵발전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라고 전제한 뒤 "오염수가 지금은 기준치고 초과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시작이 되면 바다로 자꾸 제3, 제4의 나라에서 갈 수 있고, 누적되면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방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 대책과 관련해 "수산물은 지금까지 1년 두 번 표본조사에서 방사능 검사를 하는데 식탁에 자주 오르는 15개 품목을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방사능 오염 조사를 확대하며, 방사능 검사 결과 확인서를 학교에서 철저하게 하고, 수산물 구입할 때 확인을 하도록 해서 안전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염물질이 한 학교에서라도 발견이 되면 전체 학교에 경고를 내려서 모든 학교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결코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아이들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교육감 "미래교육 기반 닦는다는 마음"
이날 박 교육감은 다양한 교육현안과 관련해 견해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다수인 경남도의회가 행복교육지구·행복마을학교 사업 관련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삭감한 것을 두고는 "도의회가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았다"며 강도 높게 지적하기도 했다.
모두 발언에서 박 교육감은 "디지털 전환, 지역소멸, 기후 위기와 같이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과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교육은 급변하고 불확실한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자립을 위한 학생맞춤형 교육과 공존을 위한 생태전환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8개 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지역교육업무협의회를 열어 '작은학교 살리기'와 '과대·과밀학급 해소', '마을과 연계한 학교 운영' 등 다양한 고민을 나눴다고 한 박 교육감은 "신규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 거제지역의 신규교사와 만남에서 교권 침해, 생활지도의 어려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까지, 교사로서 처음 감당해야 할 생소함과 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저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원이 안심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교권 보호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육활동 침해 시 법률지원 및 상담, 장기치유 연수 등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교원의 회복을 돕도록 교권보호 지원단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교육감은 "학력 향상과 관계 회복, 단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도록 힘쓰겠다"며 "학교폭력 예방과 생활교육을 위한 관계 회복지원단의 역할을 확대하고, 학생 자치활동을 활성화해 학생이 안전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학부모가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학부모회의 공간 확보와 예산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3선인 박종훈 교육감은 마지막에 "경남에서 12년 하는 첫 교육감 될 가능성이 높다. 12년을 했는데 무엇을 했느냐고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퇴임 후에 한 동안은 그 책무감을 가질 것 같다"며 "미래 교육의 기반을 닦는다는 큰 철학을 가지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아이들의 30년 뒤를 생각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육이 되도록 마무리하고,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한 경남교육청, 교육감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박 교육감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단호하게 총선 출마는 1도 생각하지 않는다"
- 행복교육지구·행복마을학교 예산이 삭감되었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돈이 없으면 못한다. 물리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1학기까지만 하고 2학기는 못한다. 그러나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요소들은 좀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지만, 돈 없이 하는 것이라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9월이 되면 행복마을학교, 체험학습 차량인 '카멜레온'도 멈추어설 수 밖에 없다.
이 문제에 있어 경남도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 다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에 디지털 성교육 예산도 깎였다. 도의회에서는 성교육 강사들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도서지역이나 도시에서 접근성 문제가 있어서 성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그 교육의 혜택에서 배제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하다. 도의회가 대단히 비교유적이고, 내용을 잘 모르면서 이념의 문제로, 진영의 문제로 잘못 해석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도의회 결정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
- 행복마을학교가 박 교육감의 표밭 다지기라는 시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행복마을학교 교사들은 1000명이 넘는다. 나를 좋아하는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 사람도 많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교사들의 진영 문제는 지나친 편견이다. 지난 해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기돼, 이번 추경하면서 도의회에 행복마을학교 교사의 선발권을 지자체로 넘기겠다고 했다. 선발된 교사들을 연수해서 마을학교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교육청은 수정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고 충분히 노력했다."
-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겼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행복을 말하는지.
"아이들은 행복마을할교를 통해 대단히 행복했다. 마을교사들 하고 놀이를 하고 다양한 체험을 했다. 전체 40만명 중에 절반 이상이 혜택을 누렸다. 그 아이들이 행복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되면 행복은 그만큼 줄 수 밖에 없고, 그 원인행위를 도의회에서 했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부르짖는데, 행복학교의 문을 닫으면 아이들은 학원 아니면 길거리로 가게 된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행위를 도의회가 했다. 학원에 못 가는 아이들은 길거리로 배회할 수 밖에 없다. 도의회가 가볍게 여겨서 판단했다. 화가 엄청 난다. 그러나 분노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 아이들 교육에 더 전념하고, 교육에 본질에 더 충실하겠다."
- 진보교육감이라서 도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했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지만, 이 문제 만큼은 진영 논리를 가져서는 안된다. 보수·진보이기 보다 교육의 미래로 나아가는 데 마음을 모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바깥에서 프레임을 보수·진보로 규정한다고 해서 행위 자체가 옳았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력으로 다가갈 것인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성교육을 못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행복학교 아이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 2학기에 행복마을학교는 어떻게 되는가.
"기본적으로는 문을 닫는다. 교육청과 부서, 직속기관은 아이들의 빼앗긴 행복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마을학교는 문을 닫지만, 카멜레온은 서지만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방과후를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시행할 것이다."
- 내년 총선 출마설이 돈다.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웃으면서 국회의원보다 교육감이 훠씬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감 당선되고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마당에 다른 생각을 한다면 교육감으로 바른 자세가 아니다. 단호하게 총선 출마는 1도 생각하지 않는다."
- 오는 30일 교육부총리가 경남을 방문한다.
"오전에 같이 학교 한 군데를 둘러볼 것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플랫폼인 '아이톡톡'을 하고 있는 학교을 방문한다. 교육부보다 경남에서 먼저 시작했다. 교육부도 이전에 플랫폼 사업을 하려고 하다가 취소했다. 그래서 16개 시도교육청이 당혹해 한다. 교육청마다 교육부가 하는 개발에 분담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개발을 한 아이톡톡은 특허까지 내놓았지만 기득권을 주장할 이유가 없고 전국에 나눌 것이다. 아이톡톡의 전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부총리를 초청해서 아이톡톡과 아이북으로 수업하는 학교 현장을 방문하고, 저 하고 협의를 하는 일정이다.
아이톡톡은 인공지능이 데이터 없이도 돌아가지만 데이터는 이미 2년 반 축적이 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한 아이의 데이터가 3년 정도 축적이 돼야 유의미하다고 한다. 오는 9월이 되면, 축적된 개인의 학습경향, 학습과정, 성취수준, 강점과 취약한 부분에 대해 사람의 눈이 아닌 인공지능이 분석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고, 그것은 이른바 '통신표'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 들여다 볼 수 있는 디지털 통신표다. 아이의 진로, 진학 지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의 성취 수준에 맞추어서, 어떤 부분이 취약하고 잘하는지를 파악해서 보완해나갈 것이다. 오는 9월이면 아이들의 통신표를 교사와 학부모한테 드리는 첫 작품이 나온다.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