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27일 오후 2시 34분]
"'검사 왕국'이 들어서자 검찰 출신이면 아무나 간첩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의 박인환 위원장의 '막말'에 던진 비판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 주최 토론회에서 "최근 간첩단 사건이 나오는데 문재인 비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으로 몰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까지) 이제 6개월이 남았다. 70% 이상의 국민이 모르고 있다"며 "(국민들이)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 대공수사권 존속 기한을 국정원법 부칙 재정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토론회 발제자 제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문재인 간첩 지령인데 (그런 제안을) 듣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27일 본인 페이스북에 "역사를 어디까지 퇴행시킬 생각이냐"며 "지난 1년 간 사정기관들이 충성 경쟁하듯 정치보복 수사에 뛰어들며 정치를 퇴행시키더니 이제는 정부 인사가 공식 석상에서 전직 대통령을 일컬어 '간첩'이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 왕국'이 들어서자 검찰 출신이면 아무나 간첩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라며 "박인환 위원장의 믿기 힘든 발언은 검찰공화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빨갱이 딱지를 붙이던 '군사독재' 시절의 악습을 그대로 빼 닮은 '검사독재'"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당장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물러나시라.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 윤석열 대통령이 경질하시라"며 "철지난 색깔론으로 무장한 사람에게 시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경찰제도개혁을 맡기는 건 국민께서 용납하지 않으신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총리가 사과하라, 즉각 경질하지 않는다면..."
이 대표만이 아니다. 민주당 인사들이 모두 박 위원장의 '간첩' 발언을 규탄하면서 박 위원장의 경질, 더 나아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은 26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당장 박인환 위원장을 해촉해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간첩인 걸 70% 국민이 모른단 소리를 어떻게 공적 기구인 국무총리 소속 자문위원회에서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2012년 대선 때부터 국정원 개혁 과제로 나오던 이야기"라며 "10년이 지난 오랜 논의를 이런 식으로 '간첩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방안'이라고 말하는 건 전광훈 목사같은 사람이 그야말로 이 정부와 여당 곳곳에 포진해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간첩한테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윤석열 대통령은 간첩의 하수인이란 말이냐"라며 "협치는커녕 한 줌의 보수 유튜버와 극우 목사들이나 좋아할 만한 이야기하는 사람을 자문위원장에 앉혀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의원도 "이런 시대착오적 망상에 젖어있는 사람이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경찰이 물대포, 캡사이신 등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27일 "너무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라 말대꾸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싶었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기가 막히고 한심하다"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본인이 관할하는 국무총리 자문 기구의 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전직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내뱉었다"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연히 총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즉각 박 위원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베'스러운 망언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가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응당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한 총리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끝까지 따지겠다"고 밝혔다.
당 차원의 논평도 나왔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2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던 윤 대통령은 무엇이냐? 간첩이 뽑아준 검찰총장이었냐"라며 정권에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 간첩의 딱지를 붙이던 군사정권 시절이 떠오르게 한다.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전직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모욕하는 정신 나간 사람을 경찰제도발전위원장으로 임명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런 저질 인사들을 데리고 도대체 무엇을 도모하고 있나?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역사를 퇴행시키고 싶은 것이냐"고 따졌다.
한편,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경찰대 존폐 등 경찰 제도 개편에 대한 국무총리 산하 논의 기구다. 검사 출신이자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 위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을 통해 지난해 9월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