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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8일 저녁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서부경남 시국기도회”를 열었고, 배진구 신부가 강론하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8일 저녁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서부경남 시국기도회”를 열었고, 배진구 신부가 강론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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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기 직분에 충실한 대통령의 국민이고 싶다" https://omn.kr/23km7

천주교 원로 배진구 신부가 다시 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강조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자문 배진구(배드로) 신부는 28일 저녁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서부경남 시국기도회'에서 강론하며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배 신부는 지난 4월 17일 창원마산 오동동 거리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비상대책위원회'가 열었던 미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거리에서 신자를 앞에 선 것이다.

그는 지난 창원마산 강론 이후 일부 신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했다. 신자들이 '용서하라'는 성서 구절을 인용하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배 신부는 "교회가 '용서나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라며 "'용서와 사랑' 그 안에는 공정과 정의, 공동선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지 못했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의 잘못을 알게 해 다음에는 같은 잘못, 더 큰 잘못을 반복하지 못하게 꾸짖고 가르치는 것이 사랑이요 용서입니다"라며 "다치지 않게 미리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사랑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선서문을 열거한 배 신부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거나 "조국의 평화적 통일", "국민이 자유와 복리 증진",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행보로, 국가의 안보와 국민이 떠안아야 할 고달픔과 위기를 실감하기에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배진구 신부 강론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작년 초에 현직에서 물러나서 성사전담사제라는 직함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냥 은퇴신부나 원로사목자라고 하면 알아듣기 쉬울 텐데 왜 그런 직함으로 물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43년 동안 14개 성당에서 보좌신부로 혹은 본당신부로 사목직을 수행하면서 교구 내의 큰 도시들을 두루 다녔는데, 유일하게 진주에서는 한번도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기회로라도 여러분께 인사 드리고 말씀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진주는 왜란 때의 김시민 장군이나 논개와 같은 훌륭하신 선조들의, 충절의 숨결이 살아 있고 교육과 문화의 서부경남 중심도시로 자부심이 대단한 지역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1987년 6월의 민주화운동 당시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보다 더 격렬한 투쟁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더 위급한 우리나라의 평화와 민생,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고 그냥 넘길 수 없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의 실생활에서는 석연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체험하는 사실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여러분께 건냈던 '안녕하십니까'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분명 안녕하지 못한 줄 알면서도 상투적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물었고, 여러분은 안녕하지 못하면서도 그냥 '예'라고, 아니면 저를 따라 '안녕하십니까'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 문제가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이건, 그리고 개인적이건 단체적이건 간에 분명 존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해법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지극히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가 신부이기 때문에 신부의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의 가르침 주제는 하늘나라, 즉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구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얻는 방법은 사랑이라고 가르칩니다. 목적과 방법은 분명 다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인 사랑에 대해서 혼돈을 합니다. 제가 지난 4월 17일 마산 창동에서 거행한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산하 '시국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한 미사에서 강론을 하면서 '검찰독재, 굴종외교, 매국매찬' 윤석열 퇴진을 말했더니, '신부께서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정말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성경공부도 열심히 하시는 신자분들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더구나 성서구절을 인용하시며 언성을 높입니다. 즉,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는 말씀이 성서에 있지 않느냐고. 맞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용서는 번 수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해야 하며, 사랑해야 할 대상은 구분이 없어야 한다고, 심지어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저에게 '원수도 아닌 대통령'이라는 특정 인물에 대해서 왜 그러냐고 말합니다. 그것도 문재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이런 경우를 당하면서 저는 참 서글픔을 느꼈습니다. 우리 교회가 예비자들이나 신자들에게 성서나 교리를 가르칠 때에 '용서나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용서와 사랑' 그 안에는 공정과 정의, 공동선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거나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래도 귀하고 눈에 넣어도 머들거리지 않는 이들이니 등 두드려 주며 그냥 넘어가야 합니까? 어린 아이가 날카로운 칼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겠다고 떼를 쓰면, 주어서 가지고 놀게 하는 것이 사랑입니까? 분명 아닙니다. 자기의 잘못을 알게 하여 다음에는 같은 잘못, 더 큰 잘못을 반복하지 못하게 꾸짖고 가르치는 것이 사랑이요 용서입니다. 다치지 않게 미리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똑같은 원리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봅시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윤석열. 그 개인의 분명 하느님 앞에 구원받아야 하고 모두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개인의 존엄성은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이런 개인적인 권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책수행은 공적 임무와 책임이 동반됩니다. 그 임무란 대통령 취임 선서문에 잘 명시되어 있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손을 펴 들고 선서를 한 지 겨우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대통령으로서의 언행. 과연 이 선서문의 내용대로였습니까? 하나하나 짚어보지요.

하나.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 일본기업 강제징용 배상 책임에 대해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제3자 변제'라는 해괴한 해법으로 헌법을 위반했습니다. 그리고 법 앞에서는 모든 국민이 공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이나 정적들에게는 하루 평균 1000건에 가까운 압수수색을 자행하면서도, 부인이나 장모 등 주변 인물들의 범법 사항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불기소처분으로 그냥 넘어가는 현실입니다.

둘. 조국의 평화적 통일 :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평화통일은 가장 큰 바람임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힘과 군사력의 우위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통일을 이루겠다는 사고방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의 어떤 국회의원이 내건 현수막에 '군사적 우위만이 진정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쓴 것을 보았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의 가족화라는 의미에서 동맹도 좋고 혈맹도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통일을 가장 두려워하고 실어하는 미국과 일본과의 동맹으로 주변 다른 국가와는 돌이킬 수 없는 적대관계를 만들어, 평화가 아니라 전쟁의 위협은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그 나라들과의 굴종적인 외교 결과로 핵 공유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평화가 유지되며 통일이 되겠습니까? 진정한 평화는 함께여야 하는 것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셋.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 최근 윤석열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리고 노동계에 대한 집시법이나 시행령 개정안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국가 존재의 근간이며 동력이 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과 배려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나 건설노동자 양회동 동지의 죽음이나 야간 시위현장에서의 폭력 진압 등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반성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장 크고 시급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이나 대책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토론장에서 'RE100'이 무어냐고 되묻는 인간이 아니었습니까. 멀쩡한 공관들을 누구의 의견인지는 몰라도 아무런 공론도 없이 폐기하고, 혈세를 낭비하며 이전하지 않았습니까.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었던 나라를 적으로 만듦으로써, 우리나라의 경제는 파탄이 나고,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하지 않았습니까.

넷.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 : 분명,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헌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소통과 공정을 입에 달고 다녔던 그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는 소통도, 공정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쇼맨십으로 시작한 출근길 '도어 스텝핑'이라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은 내용도 비전도 없는 것이었으며, 결국은 스스로 폐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야당 대표와의 만남도 없었을까요. 검찰 인맥에 둘러쌓여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검찰총장의 옛 모습을 그대로 견지하며 국민과 정적들을 검찰과 조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그를 어떻게 충실히 대통령 직책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주 최대 80.5시간의 노동시간 개편, 5세 취학, 그리고 수능시험 문제 출제 지시 등, 민생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 문제들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어 놓고는, 그것이 문제가 되면 부하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그를 어떻게 우리 대통령이라 할 수 있습니까.

이런 분명한 이유 때문에,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행보로, 국가의 안보와 국민이 떠안아야 할 고달픔과 위기를 실감하기에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제가 모두에 말씀 드린 것과 같이, 아무리 중대한 문제라도 그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가까이, 또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본인을 위하고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녕과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퇴진만이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임을 천명합니다. 동시에 진정한 사랑과 평화와 정의와 공정과 민주주의와, 나아가 모두가 하나되기 위한 용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출 문제나 기후위기 대처, 굴종외교 등 퇴진해야 될 이유가 숱하게 있지만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넘겨 드리고 대신 안타까운 통계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6월 9일자 모 방송 매체에서 공개한 대전지역의 교수,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매긴 대통령 직책 수행평가 점수입니다. 국민 눈높이에서의 부동산 정책으로 파탄된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소통하는 대통령, 일 잘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천명하고 시작한 대통령직 수행의 지난 1년의 학점은 정말 참담합니다. 각 분야의 점수는 이렇습니다. 정치분야-D, 경제분야-D, 노동분야-D, 단지 교육분야는 C이지만 환경분야는 F를 받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지 드러난 것에 대한 평가일 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 비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 지역뿐 아니라 정말 나라의 안위를 생각하고 국민의 행복을 우선하는 양식있는 사람 모두가 채점하는 성적표일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 모두도 그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한다는 반성도 함께 합니다. 즉, 나 살기에 급급하여 힘든 이웃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혈연, 학연, 지연에 얽매여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지 못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기본 마음인 설렘과 부끄러움의 부재라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이 자리에 걸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만든 '노을'이라는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반성의 기회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노을

노을은, 서쪽 하늘 고운 노을은
혼자 태양을 삼켜버린
부끄러운 하늘 마음입니다

노을은, 동쪽하늘 예쁜 노을은
밝은 빛덩어리를 잉태한
설레는 하늘 마음입니다

하늘 그림판에 바람 붓으로
구름 물감풀어 하늘 마음 그리는 노을

부끄러움 모르는 우리 위해
설레는 맘 잊고 사는 우리 위해

노을은 또 한번 자신의 혼을 태워
곱게 예쁘게 스러져간다
곱게 예쁘게 스러져간다

2023년 6월 28일 진주에서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8일 저녁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서부경남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8일 저녁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서부경남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천주교#정의평화#배진구신부#윤석열 대통령#시국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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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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