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가 월 20일 일하고 천만 원 넘게 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진짜일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8개 직종 특수고용노동자 970명을 대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업종에 상관없이 개수임금제, 공짜노동, 각종 부대비용 및 본인 부담금 발생, 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실태를 연속 보도한다.[기자말] |
진주에 사는 방과 후 학교 강사(방과 후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 A씨는 요리 과목을 맡고 있습니다. 오전 6시 기상해서 전날 준비한 재료들을 일일이 학생들에 맟춰 소분하는 작업을 한 뒤, 대충 집안일을 하고 나머지 요리기구들을 챙겨서 남편과 함께 진주, 하동, 창원, 사천, 거창, 합천 등 먼 학교까지 수업 떠날 채비를 합니다.
일 평균 요리수업 준비 4시간에 운행거리 250km, 4시간 운전해서 방과 후 학교, 마을학교, 문화센터 포함 수업 8시간을 하고 장까지 보고 귀가하면 저녁 10시가 됩니다. 혼자서는 도무지 역부족이라 남편까지 함께 요리자격증을 따서 다닌 지 꽤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바쁘게 다녀도 유류비, 재료비, 기타 물품비를 빼고 나면 요즘 같은 고금리 고물가에 여유가 없습니다.
방과 후 강사의 실태를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법적 지위 없는 방과 후 학교 강사, 동결되어 있는 강사료
방과 후 학교는 특기적성부터 시작하여 27년 동안 공교육 현장에서 교육기회 확대와 교육격차 해소에 앞장서 왔습니다. 그러나 방과 후 강사의 법적 지위는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등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동관계법도 적용되지 않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불안정한 직종의 이름 하에 묶여 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지만 정식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방과 후 강사는 학교장 개인과 위수탁계약(개인 위수탁)을 맺거나, 학교와 위수탁계약을 맺은 방과 후 강사(파견)업체와 다시 위수탁계약(업체위탁)을 맺어 일하고 있습니다.
일명 '오후의 선생님'으로 방과 후 수업을 담당하는 강사들은 십수 년째 오르지 않는 강사료 때문에 물가인상률 대비 매년 실질임금인 강사료 삭감 효과로 생계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방과 후 강사들의 강사료는 수강생 수에 비례하는 인당 강사료이든 수업시수에 비례하는 시간당 강사료이든 3만 원이 평균입니다. 하지만 지역, 학교, 과목별 차이는 물론, 개인위수탁과 업체위탁과의 편차까지 매우 큽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방과 후 학교가 무상교육이 아니라 수강료를 학부모가 별도 부담하는 구조에 기인합니다.
결국 방과 후 강사 대다수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평균수입의 저임금 교육노동자로 남았습니다. 10년이 훨씬 지나도록 제자리인 강사료에 더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천재지변, 공휴일, 학교행사 등 강사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무분별하게 환불 조치 당하면서 방과 후 강사들은 생존권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월급빼고 다 올랐다'는 말처럼 생활물가 인상에 삶의 질조차 운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1년 동안 수입 0원으로 살아내며 온갖 경제적 고통을 경험하며 버텨내야만 했습니다. 또한 환불 조치로 방과 후 강사들의 월급봉투는 누더기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코로나19 감염이 방과 후 강사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확진으로 인해 환불 조치되었고,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환불, 체험학습과 같은 학교 행사로 결석 시에도 환불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게다가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는 독감으로 인한 결석 시에도 환불 조치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은 방과 후 강사가 다달이 받는 월급이 얼마가 될지 계산조차 해볼 수 없도록 만듭니다.
한편, 방과 후 강사와 학교가 맺은 계약이 엄연히 1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미리 알려주지도 않은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방과 후 학교를 갑자기 휴강시키거나 조기종료시켜 수업 없이 무급인 달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代價)는 생활임금으로서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학교의 모든 종사자들도 매년 최저임금에 맞추어 임금인상이 됩니다. 학부모도 본인들의 사회적 임금인상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수고용직인 방과 후 강사들은 강사료 인상은커녕 수강인원과 수업량을 줄어, 실질강사료가 오히려 삭감되는 경우가 허다한 현실입니다.
공교육의 성격을 잃어가는 방과 후 학교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시간 투자, 비용 투자, 에너지 투자를 해서 수업을 이끌어 온 방과 후 강사는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 지속성과 연속성을 담보로 하여 다양한 교육 기회와 학습역량을 보장받아야 하는 아이들은 교육 단절과 학습권 침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방과 후 학교 규제완화를 위해 민간에 의한 영리성 업체위탁 제도를 도입하면서 방과 후 학교가 공교육적 성격보다 보완적 사교육의 일환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방과 후 강사 (파견)업체 간 위탁계약의 경우, 학교가 먼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후 업체가 강사 계약을 맺어 재위탁을 주는 외주화, 용역화의 형태입니다. 학교가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을 때 심사는 최저입찰이 기준이 됩니다. 이 말은 즉, 공교육 현장의 교육내용과 인력이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강사료 인하 효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강사처우 하락, 저가의 교재교구 선택강요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 질 저하현상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프로그램 다양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과 후 학교의 본래 취지를 심각히 훼손합니다.
업체 위탁은 방과 후 학교 업무 및 비용 경감 차원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울산과 경기도는 영세 방과 후 강사 영리업체가 허용되고 난립하면서 타지역에 비해 저가 강사료, 저가 교재교구 강요로 방과 후 강사들의 이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방과 후 강사들을 학교 내 교육노동자로 인정해야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적 권리에 의하여, 그 근로조건의 기준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32조의 규정을 다시 한번 기억합니다. 방과 후 강사들은 이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학교 내 교육노동자입니다. 20년이 넘도록 변변한 노동기본권 하나 없이 방치한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묻습니다.
방과 후 강사들이 학교 안에서 당당한 교육노동자로서 지난 27여 년 동안 아이들을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수업에 임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교육책임자들은 교육이라는 공동체적 시선으로 방과 후 강사의 열악한 직종 현실을 살피고 개선, 보완해 나가는데 자기 몫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손재광 방과후강사전국분과장이 기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