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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의 2023년 서울시 반지하 주택 침수 방지시설(물막이판+역류방지시설) 설치 현황이다. 2등인 용산구(150.9%)에 비해서도 3배가량 차이가 난다. 성동구는 지난해 서울시도 포기했던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실시(2022년 9월~12월)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대규모 수해 직후 서울시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약속했다가, 예산 등을 이유로 표본조사로 전환했다. 그런데 성동구가 전수조사를 완료하자 다시 입장을 바꿔 결국 올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성동구는 어떻게 이런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인지, 과연 어떤 대처를 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생각해볼 점은 무엇인지 등과 몇 가지 다른 궁금한 점을 정원오 성동구청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구정으로 바쁜 그를 지난 6월 30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피해, 사회적 약자에 집중... 지난해 8월 9일 즉시 안전대책 마련 지시했다"
- 성동구가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완결해 화제였다. 성동구에서는 작년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발 빠른 대처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
"성동구는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반지하 주택 피해가 발생한 뒤부터 서울시 지침에 따라 건축심의를 통해 저지대 신축 반지하를 금지하며 장기적으로는 반지하와 같은 위험한 거처의 멸실을 유도해왔다. 그 결과 다행히 지난해 집중호우 당시 성동구에서는 인명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반지하 전수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앞으로 100년, 200년 만의 폭우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며 그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이었다. 반지하 주택이 사라지고 현재 거주 주민들이 이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게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게 구민들의 안전한 일상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지하 거주 가구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8월 9일 즉시 관련 부서들에 반지하 가구 안전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9월부터 반지하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고 거주가 부적합한 반지하 주택을 가려내기 위해 주거 TF팀을 꾸려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연말엔 '서울특별시 성동구 주거 기본 조례'를 제정해 주거복지 포용도시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공동주택과'를 '주택정책과'로 부서 명칭을 변경하는 등 주거정책 관련 조직을 정비했다."
- 전수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성동구 건축사회 소속 14명의 건축사가 가구를 직접 방문해 침수위험도와 함께 피해방지를 위한 시설과 정도, 지형 지세를 조사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5개 등급(A+ ~ D등급)을 분류하고 지원 대상과 규모를 산출했더니 총 1467호에 시설설치가 필요하더라.
여름철 장마가 오기 전에 침수 예방 시설물 설치를 마무리하고자 전수조사를 3개월 만에 끝내기 위해 서둘렀다. 다행히 성동건축사회 건축사분들께서 취지를 이해하고 협조해주셨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17개 동 주민센터는 물론 통장, 이웃주민, 재개발 조합 등 지역사회가 침수 예방 시설 신청 독려 대상자 추가발굴에 나섰다. 그밖에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 해비타트, 성동소방서와 협약을 체결해 사업을 지원할 전문인력과 자원을 확보하고, 재해 관리체계 구축에 힘썼다.
또 성동구는 침수 이력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집주인의 부담을 줄이고,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 기존 침수 이력과 상관없이 희망 세대의 신청을 받았다. 그 후 현장 실사 후에 지원 여부를 최종결정했다."
-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전수조사 후 대책으로 합판, 역류 방지 장치, 침수경보기, 탈출 가능 방범창 등 설치를 이야기했는데, 각각 어느 정도 진행됐나.
"설치시설은 ▲차수판 ▲역지변 ▲개폐식 방범창 ▲침수경보기 ▲스마트 환풍기 ▲소화기 ▲화재경보기 등 총 7종으로, 설치를 희망한 총 1679세대에 6월 말 설치 완료했다. 차수판은 1176세대, 역지변은 983세대에 설치했고 침수경보기 5세대와 스마트 환풍기 407세대 역시 대상 가구에 설치를 완료했다. 개폐식 방범창 역시 총 200세대에 설치를 완료했다. 성동소방서와 협약을 맺고 총 1050세대에 주택용 소방시설인 단독 경보형 감지기와 가정용 분말소화기도 설치를 마쳤다.
특히 이번에 설치한 스마트 환풍기는 이산화탄소 농도, 연기, 악취, 습기 측정값에 따라 자동 개폐 및 환기가 가능한 것으로, 현재 설치 세대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미신청 반지하 세대에서도 설치 요청이 많은 상태로, 오는 7~8월에 약 300세대 정도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 다른 구에 비해 성동구의 압도적인 침수 방지시설 설치 현황이 '짤'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이런 수치는 어떻게 가능했나.
"서울시에서 조사한 침수 방지시설의 설치 대상 가구는 침수 이력이 있는 가구로, 성동구의 대상 가구는 82가구였다. 그러나 성동구는 기존 침수 이력과 상관없이 반지하 전수조사 뒤 필요 세대에 신청 접수를 받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일부 고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에 시설을 설치해 침수 이력 가구 대비 설치 가구가 훨씬 많아지게 된 것이다."
"법·제도, 시민 관심·기대 못 따라가... '등급제 반지하 전수조사' 좋은 선례 될 것"
- 침수대책을 마련하며 시나 국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는지.
"안전에 대한 시민의 높은 관심과 기대에 비해, 법과 제도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주거기본법, 주택법, 건축법 그리고 재난안전법은 반지하, 옥탑, 고시원과 같은 위험 거처를 안전한 주거환경으로 개선하는 적극적인 예방 수단이 공백 상태다.
현재 서울시의 주거 안전 취약 거처는 주택 이외의 거처만을 대상으로 해, 일부 주택과 반지하를 포괄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행 법규만으로는 반지하, 옥탑, 고시원과 같은 주거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최저 주거기준 미달인 주거 공간에 대한 환경 개선과 공공임대주택 이주 등 주거복지 지원이 제한적이다. 이를 위한 법 개정이나 신규 법규가 필요하다.
성동구의 지난 1년 경험이 신규 법규를 제정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구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등급제 반지하 전수조사'는 장차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는 정기 주거안전실태조사로 발전시킬 수 있다.
위험도가 높은 경우 용도 전환을 지방자치단체가 임대인에게 요청 및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과 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관련 법규가 없어 위험한 반지하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는 신청에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예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임대인이 주거안전시설 설치에 대해 의무와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 침수대책 외에 다른 여름 대책들도 있나.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이른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구에서도 일찍 대비를 마쳤다. 우선 구청사 1층 책마루 공간과 3층 대강당(1층 수용인원 초과 시)을 24시간 무더위쉼터로 신규 운영하고, 민간 숙박시설을 활용한 폭염 안전숙소를 확대했다.
또한 동 주민센터,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과 함께 성동형 스마트쉼터도 무더위쉼터로 운영한다. 버스정류장 벤치에는 스마트 기능을 접목해 외부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쿨링의자'를 신규 설치해 가동한다. 이와 함께 어린이 및 유아 물놀이장과 바닥분수, 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살곶이 물놀이장'도 전면 재정비를 마치고 지난 6월 15일 재개장했다. 7월 1일에는 '청계천 마장어린이꿈공원 물놀이장'도 문을 열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옥탑방이나 쪽방, 고시원 등 폭염 대응능력이 취약한 저소득 가구에 냉방용품을 지원하는 사업도 지난해보다 시기를 앞당기고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해 총 710가구에 선풍기 310대와 쿨매트 100개, 여름이불 300채를 지원했다.
또 폭염으로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진 가구에 생계비를 지원하고, 온열질환 등으로 발생한 의료비를 지원한다. 여름철 단전 위기가구의 전기요금 지원을 위해서도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비롯해 민간 자원을 연계해 맞춤형 지원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그밖에도 사회적 고립 및 폭염 취약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동네돌봄단, 주주돌보미, 위기가구 촘촘발굴단 등을 활용한 안부 확인을 강화하고 침수취약 54가구에 대해 돌봄공무원과 통·반장 및 인근주민 동행파트너 등 66명을 편성해 침수방지시설의 작동여부를 점검한다. 집중호우 및 침수예보 발령 시 담당가구에 상황을 전파하고 대피를 안내하는 등의 동행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 '민원직통 핸드폰'을 통해 직접 구민들과 소통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어떻게 시작한 일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지, 욕설 등 부정적인 내용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2014년 당시 선거 때 쓰던 휴대전화 번호로 주민들께서 문자를 보내시면서 여러 가지를 묻고 답하던 것을 계기로 문자 소통을 시작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활용해 소통했다. 모든 문자에는 늦어도 2~3일 안에 직원들과 검토를 거쳐 답장을 드리고 있는데, 매우 다양한 분야에 대해 민원을 제기해주시거나 구정 아이디어 등을 보내주신다.
기초단체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통'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문자 소통이 구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신속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취직이 되지 않아 실의에 빠진 청년이 보낸 문자를 받은 일이 기억난다. 혹시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돼 정성껏 답장했는데, 그 청년이 자살예방상담전화에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고 다시 답장이 왔다. 누군가에겐 그저 정성껏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구청장으로서 더 열심히 구민과 소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당연히 욕설 등의 부정적인 내용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 욕설이라기보다, 해결되지 않은 민원 등에 관한 답답함이나 억울함을 토로할 길이 없어 오죽하면 이렇게 문자를 주셨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진정성을 가지고 내 일처럼 방법을 찾아보며 해결해드리려 하고, 다행히 구민들께서 그 마음을 알아주시고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다."
- 이번이 구청장으로서는 마지막 임기이고, 지난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구청장 끝나면 쉬겠다'라고 말했었다(관련 기사: '서울시 유일' 3선 연임 성공한 구청장의 비결 https://omn.kr/1zhdf ). 정말 정치활동을 이어갈 계획이 없나.
"주위에서도 앞으로의 행보를 많이 물어보시고, 서울시장이나 국회의원 출마도 권유하신다. 요즘은 그것을 격려와 덕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민들의 기대와 신뢰에 보답하는 것은 성동구를 더욱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드린다. 앞으로도 구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일터·삶터·쉼터가 더욱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
- 마지막으로 성동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 구정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며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초심을 가진 노련한 3선 구청장으로 앞으로도 성동구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성장시키기 위해 더욱 촌각을 아껴서 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