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업재해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 급식실 폐암 확진자에 대한 국가책임 ▲ 재발방지 대책마련 ▲ 법제도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급식노동자 폐암 검진 결과 32.4%의 분포로 폐 이상 소견이 발견되고, 폐암 의심 판정을 받은 급식노동자가 일반 여성의 35배에 달하는 등 '죽음의 급식실'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폐암 확진자, 사망자도 여럿이다(관련 기사 : 17년 급식노동자로 일하다 폐암... 이 죽음엔 '배경'이 있다
https://omn.kr/1z9jb ).
대책위는 4일 오전 서울시 중구 경향신문 사옥 12층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노동자들의 집단 폐암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급식실 인력난 해결, 환기시설 개선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학교급식법,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등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은 "아이들의 밥 한 끼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온 사람들이 폐암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급식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너무나 슬픈 대책위,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할 대책위"라며 "피해의 책임은 교육 당국에 있다. 여전히 급식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아프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싸우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당국이 내놓은 환기장치 대책의 문제점과 튀김·볶음 요리 등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인 '조리흄(cooking fumes)' 문제 등을 언급하며 "대책을 다시 점검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학교 외 다른 단체급식실 등 조리흄에 노출되는 모든 노동자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피해당사자인 정태경 전 조리실무사가 피해를 증언했다. 정 전 실무사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18년간 급식노동을 하다 폐암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다. 그는 "지금도 폐암약 부작용으로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다른 엄마들은 나 같은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라며 "우리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엄마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조리시설, 환기시설 정비하고 유해 물질 법령 추가해야"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곧 교육과정"이라면서 "아이들은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과 절망을 배운다.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에게 건강한 노동의 가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의 역할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 교육 노동자들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급식노동자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권도 함께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교사들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건오 공무원노조 교육청 본부장도 "급식노동자들이 행복한 환경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강득구 의원실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교급식종사자 퇴직자는 1만3944여 명이었고 이중 절반이 자발적 중도 퇴사자"라며 "또 전국 신규채용 예정 인원 4023명 중 873명이 미달이다.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학교급식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비해 교육청들은 너무 태평하다. 죽음의 급식실 문제를 정말 위급하고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급식이 위기에 빠지면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가 어려움에 처한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학교급식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민애 민변 변호사는 "학교마다 급식실의 상황이 다름에도 유사한 피해가 나타난 것은 개별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책의 문제가 원인"이라며 "아직 조리흄이 유해 물질로 분류되지 않아 노동자들을 보호할 조치가 마땅치 않다. 법에도 급식노동자들을 위한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들이 몸으로 피해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조리시설과 환기시설을 정비하고, 유해 물질을 확인해 법령에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는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 진보4당 당직자들도 참석해 "더 이상 아이들이 급식노동자의 목숨과 맞바꾼 식판을 마주하지 않도록 법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가의 배상과 치료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들은 이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대책위 출범 상징의식을 치르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예방대책 마련하라" "정부가 가해자다,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피해 국가가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