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1920~2020) 예비역 대장의 동상 제막식과 3주년 추모식이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렸다.
국가보훈부는 5일 오후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장녀 백남희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씨의 동상 제막식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화환을 보내 백씨의 동상 제막식을 축하했다.
백씨의 동상 제작에는 국비 1억5000만 원과 도 1억 원, 성금으로 모은 2억5000만 원 등 총 5억 원이 투입됐으며 높이 4.2m, 너비 1.56m 크기로 360도 회전하도록 제작됐다.
동상건립위원회 측은 백씨의 동상을 회전하도록 제작한 것은 동서남북 어디에서든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우경 백선엽장군동상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자유총연맹 경북도회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순수하게 민간이 주축이 돼 백씨의 동상 건립을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널리 알리고 다부동을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성지로 조성하고자 국가보훈부, 경상북도와 연계하여 동상 건립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전쟁 영웅에 대해 친일몰이 하면서 백선엽의 이름을 지우려 했고 모두다 서슬퍼런 정권의 눈치만 보면서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며 "온 천지가 서럽고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지킨) 나라가 망해가는 것 같은 슬픔을 겪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번영은 백선엽 장군을 비롯한 수많은 영웅들의 위대한 헌신 속에 만들어졌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영웅들이 다시는 홀대받고 잊혀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보훈부장관은 "백선엽 장군 동상 건립을 시작으로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였던 낙동강 방어선 일대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성지, 호국 벨트로 만들겠다"며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호국 영웅 백선엽 장군에 대한 예우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제막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을 영웅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라며 "백선엽 장군 동상을 국비를 투입하여 당당하게 관리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알렸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백 장군이 서거하셨을 때 국가보훈처 공식 홈페이지에 백 장군의 (과거에 대한 사실을) 기재한 사실이 있다"며 백선엽의 친일 행적을 보훈부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친일 행적을 적어놓은) 그런 부분은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에 맞느냐"며 "법률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느냐 이런 부분에 대해 그동안 상당히 심도 있는 검토를 다 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국민 여러분께 당당하게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국가보훈부와 국립 현충원 홈페이지에 기록된 백씨의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백선엽씨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았던 간도특설대에서 2년가량 복무한 사실이 있다는 질문에 박 장관은 "국가보훈부 입장에서 친일파 기재한 부분을 처리하고 그 이유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삭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친일파가 전쟁영웅? 동상 철거해야"
동상 제막식이 진행되던 시각 다부동전적기념관 정문 앞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친일파가 전쟁 영웅이 되는 나라, 아~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제막식을 비판했다.
박찬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백선엽의 동상이 설치되는 걸 그냥 보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독립선열들을 보기에 면목이 없어 이렇게 나왔다"며 "우리는 저 동상이 철거되는 날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해욱 전 대한초등태권도연맹 회장은 "백선엽은 우리 독립운동가를 학살한 반민족 행위자"라며 "그가 전쟁 영웅처럼 기록된 것은 자신이 한국전쟁 동란 편찬위원장을 하면서 자기 치적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한마디로 백선엽은 국가가 공인한 친일파"라며 "국회와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난 2020년 7월 대전 국립묘지에 묻히게 되는 대단히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선엽은 분단과 냉전의 질곡 속에서 일제에 충성했던 친일장교에서 대한민국을 지킨 6.25 전쟁영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며 "친일군인을 전쟁영웅으로 떠받드는 몰역사적 행태와 구태의연한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충돌은 없었으나 백선엽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참석자들 중 일부가 이들을 향해 "빨갱이 짓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대응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백선엽씨의 동상 뿐만 아니라 지난달 중순 세워진 이승만-트루먼의 동상 제막식을 휴전일인 7월 27일에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