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에 입장을 제가 사실 정확하게 모르겠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과거와 현재 당의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구체적인 답을 회피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집권여당 역시 IAEA 보고서에 높은 신뢰를 보이며 사실상 방류를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야권에서는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권 인사들이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결의안까지 제출한 점을 꼬집고 있다. 6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그 부분은 제가 한번 들여다봐야 되겠다"라며 '모르쇠'로 답했다.
'이번 보고서가 충분한 검증이 됐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는 "그거는 제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보고서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들도 나오고 있지만, 강 수석대변인은 추가 검증에 대해서 "지금 해양수산부나 또는 해양과학원이나 이런 부분에서 아마 객관적이고 아주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겠나 보고 있다"라며 책임을 돌렸다.
대신 그는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저격했다. "이번 IAEA의 결과에 대해서 야당이 비상행동을 한다든지, 지금 또 집회를 한다는데, 지금 야당의 이러한 행태는 사실 관계 부정"이라며 "IAEA 조사단에 참여한 많은 국가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이 지금 국제사회에 고립될 우려를 높이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닌가"라는 주장이었다. "이거는 결국 과학과 괴담의 싸움"이라고도 덧붙였다.
"IAEA와 싸우는 나라, 시리아·이란·북한밖에 없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김기현 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IAEA와 싸우는 상식밖의 입장을 취한 나라는 과거 시리아와 이란, 그리고 북한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라며 "야당의 이런 행위는 과학 부정이자, IAEA 조사단에 참여한 많은 국가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거짓말을 계속 거짓말로 덮어 온 민주당이, 이제는 본인이 만든 거짓말을 아예 진실로 믿는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라며 "이런 억지 주장에 국민들께서 관심을 주지 않자, 민주당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천명하며, 광우병 사드 선동에 나섰던 역전의 용사들을 소환하겠다는데, 기어이 또 한 번 나라를 뒤엎겠다는 것"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 정부가 방류를 개시할 경우에는 전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입법까지 검토하겠다는데, 죽창가를 부르는 것도 모자라 무역전쟁을 하자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수산업계 지원을 명목으로 추경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는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수산업계를 고사 직전으로 몰고 간 데 이어 추경의 인질로 삼겠다는 비정한 발상"이라고도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농어민 살생당인가?"
다른 위원들도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직격했다.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은 "오늘 오전 7시에 부산공동어시장 앞에서 대형 선망 50여 척이 수산물 안전 홍보 행사에서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라며, "소고기, 참외, 이젠 생선인가? 오염수 괴담 우리 어민 다 죽는다" "원전 오염수 불안감 조성 우리 수산업 위협한다" 등의 현수막이 걸린 사진을 내보였다.
박대출 의장은 "뇌에 구멍 뚫린다고 하던 소고기, 전자파로 튀긴다고 하던 참외 다 어디 가 있느냐?"라며 "괴담 선동 몰이로 농민 죽이기도 모자라 이젠 어민 죽이기를 하고 있느냐?"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농어민 살생당인가? 거짓 선동 말라는 어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라며 "뇌송송 구멍탁 소고기도, 거짓 전자파 참외도 거짓으로 판명이 났지만 민주당은 반성조차 않고 있다"라는 지적이었다. "국민 밥상 가지고 국민 속이려 드는 나쁜 정치는 실패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조수진 최고위원 또한 "원내 제1정당 더불어민주당이 사실관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라며 "'코웃음나는 보고서' '대국민 가스라이팅' 같은 억지투성이 감정적 말장난뿐"이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IAEA가 일본과 함께 해양투기를 위해 공동 작업했다고까지 주장했다"라며 "IAEA와 대놓고 싸우는 나라는 세계에서 북한과 이란 정도인데, 대한민국 원내 제1정당이 가세한 셈"이라고도 비난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다음 주에는 안민석 의원, 윤미향 의원 등이 일본 총리 관저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라며 "차라리 김영주 의원과 홋카이도에서 골프나 치고 오시라"라고 조롱했다. 그는 "만약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의원들이 우리 대통령실에서 시위를 하면 용납할 수 있겠느냐?"라며 "대한민국은 당당한 선진국이다. 최소한의 상식과 글로벌 스탠더드는 지키면서 정치다운 정치를 하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