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선 8기 이장우 대전시장 1년'을 맞아 여성·성평등 정책분야 평가를 내놓았다. 이들은 여성·성평등 지우기에만 힘쓴 지난 1년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성평등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전참교육학부모회 등 대전지역 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대전연대회의)는 10일 논평을 내 "여성·성평등 지우기를 멈추고, 성평등 도시 대전 만들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전연대회의는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시기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성평등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일을 상기시킨 뒤, "비록 지난 2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빠졌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여성'과 '성평등'을 노골적으로 지우며 국가 성평등 정책과 추진체계를 후퇴시키는 움직임을 보여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중앙 정부 기조에 영향을 받아 지방자치단체 성평등 추진체계 또한 축소되는 추세"라고 설명하고, "대전시 또한 민선 8기에 들어서자마자 성평등 추진체계의 핵심인 기획조정실 내 성인지정책담당관을 폐지하고, 여성청소년가족과로 축소·통폐합했으며, 성주류화 제도 강화를 위한 주요업무들을 삭제하는 등 정부의 '여성'과 '성평등' 지우기 기조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선 8기 2년차를 맞아 성평등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대전시가 반드시 해야 할 두 가지의 정책을 제안했다.
그 첫 번째는 무너진 성평등 추진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민선8기 들어서자마자 대전시는 성인지정책담당관을 폐지했고, 이에 따라 성주류화 제도 강화를 위한 정책들도 통으로 삭제됐다는 것. 또한 해당 업무들은 조직개편에 따라 복지국 여성가족청소년과로 축소·편입됐다.
이로 인해 어렵게 만들고 자리 잡은 성평등 추진체계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고 대전연대회의는 진단하면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이제 이 정도면 되었다'는 객관성 없는 추론과 판단으로 성평등 추진체계를 무너뜨려선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사라진 성평등 추진체계를 복원하고 대전시 상황에 맞는 여성·성평등 정책 컨트롤 타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 제안은 '여성·성평등 지우기'를 멈추고, 성평등 도시 대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6월 8일 '여성가족원 명칭 변경' 시정 질의 답변에서 '여성들만 이용하는 시설은 아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미 양성평등에 대한 대전환 이후에 정책의 패러다임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균형이 맞춰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성가족원 확대 개편되어 여성이 아닌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전연대회의는 "여성가족원은 이미 여성이 아닌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임에도 이장우 시장은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여성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며 "게다가 성평등의 추가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답변은 이 시장이 얼마나 성평등 정책에 대해 안일하고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절대적인 지표에서는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대전시는 전국 성평등 지수 평가에서 상위권의 순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민선 8기에 들어선 지금, 대전시는 그 어떤 지방정부보다 여성·성평등 지우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그동안 성평등 도시 대전을 바라는 대전 시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전시는 여성·성평등 지우기를 멈추고 성평등 도시 대전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지표는 여전히 '성별 불평등'을 가리키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성별 격차와 대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단순히 여성과 성평등을 지운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다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전연대회의는 끝으로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여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한다"면서 "성평등한 도시 대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전시가 지금이라도 무너진 성평등 추진체계를 복원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불통행정이 아닌 소통과 협력의 시정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