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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에서 '선거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시민단체 선거법 개정 대토론회가 열렸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에서 '선거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시민단체 선거법 개정 대토론회가 열렸다. ⓒ 경실련

승자독식 선거제도, 거대 양당의 독점 체제,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비례 의석 확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크고, 기득권 정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선거법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0일 오후 2시, 국회 박물관 2층 국회 체험관에서 '선거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길잃은 선거법 개정,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그 논의를 들여다봤다.

"비례 의석, 연동형 적용 등이 협상의 난관으로 확인돼"

이날 토론회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히는 것과 함께 시작되었다. 먼저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권역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0석 이상 비례 의석을 확대하고, 소선거구와 중대선거구제를 혼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회자가 조해진 의원에게 당 대표(김기현)가 국회의원 총수를 30석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법 협상이 가능하겠냐고 질문하자, 조해진 의원은 "선거법 개정 관련 당론이 정해진 것은 없으나, 의원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거나 동결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많고, 특히 비례 의석과 관련해서는 그러한 의견이 더 강하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는 4년 전 선거법 개정의 트라우마가 있고,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에 아무래도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개특위 간사를 맡은 김영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국회의장이 7월 15일까지 협상을 완료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김상훈 정개특위 간사와 논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법 개정과 관련하여 의원 중 3분의 1은 도농복합 선거구제에 비례성을 증대시키는 것에 대한 선호가 높고, 3분의 2는 소선거구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비례 의석 늘려야!"

토론회에 참가한 장승진 국민대 교수(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는 "비례 의석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지역구 의석을 줄일 수 없다면 총 의석수를 늘리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비례 의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 연동형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이 위성정당 창당 우려를 이유로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만, 위성정당 창당 방지를 약속하면 그만인 정당이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참 이상하다"라고 위성정당 창당 방지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와 함께 "공천개혁이 필요하다"며 "선거법 개정 당시 공천 회의록을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삽입되었는데, 이 조항이 사라져 아쉽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비례성, 책임성, 대표성을 증대시키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지금 중요한 것은 비례성"이라며 "비례 의석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비례성 강화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구 200석에 비례 100석이 되어도, 비례성 실현이 어렵다"면서, "비례 의석을 좀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비례 의석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여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한 비례성 증대가 어렵다면, 공천 단계에서 권역별로 비례를 뽑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성호 전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중대선거구제로 독과점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권역별) 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바람직한 도입을 위해 지역구 200석 : 비례 100석, 5%, 3석 이상이어야 비례 의석 분배, 시도 중심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구 후보 동시 권역별 비례대표제 출마 허용, 공천 순번은 대의원 비밀 투표, 초과의석은 국회 경비로 충당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중대선거구제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한편,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지병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의 효과와 관련하여 과장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대선거구제의 이론적 M+1 효과(선거구가 한 개 늘어날 때마다 유효 정당 수가 한 개 늘어나는 효과)가 사실상 현실에서는 관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성호 전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중대선거구제가 비례성 증대를 위한 모범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기초의회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되었지만, 양 정당이 94%를 가져가는 등 다당제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라고 부연했다. 

"토론회장에서 나온 한 가지 제안, 위성정당 창당 방지 먼저 약속하자!"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한 가지 제안이 나왔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7월 내에 선거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미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를 실기했다고 본다"며 "이 경우 현행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르되, 위성정당 창당 방지에 집중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어 "대신 202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적용될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국민에게 물어보는 방안을 고려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비례 의석 확대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초점을 잃은 것이 이러한 제안의 배경이었다. 이에 대하여 조해진 의원은 "현행대로 이번 선거를 치르자는 것은, 47석에 준연동형을 적용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위성정당 창당 방지 약속과 관련하여 이러한 약속이 있다면, 모 정당의 의원이 나와서 비례 정당을 만드는 것은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이러한 약속으로도 현실적 의미에서 위성정당의 출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스스로 팬덤을 가지고 의석을 차지하는 조국 정당, 김어준당, 전광훈 정당 등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독일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 창당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정도의 합의가 있는데, 한국의 정당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8월까지도 선거법 개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제안과 같이 현행 선거제도에 위성정당 창당 방지로 합의하고, 장기적으로 국민 투표나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선거법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정관용 사회자의 "현재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거대 양당의 독점 체제, 적대적 공생관계를 개선하고자 전문가, 학자, 시민단체 등은 비례 의석을 늘리고, 위성정당을 막으면서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자는 합의가 있지만, 반대 논리도 두 가지 정도 있는 것 같다"란 말로 마무리됐다. 그가 말한 첫 번째는 대통령, 당 지도부가 선거법 개정의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 논리이고, 두 번째는 일반 국민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대하여 반대한다는 것이다.

대타협이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뚫을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선거법#시민#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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