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교육감이 지방교육자치를 구현하는 17개 시도교육청의 부교육감 자리에 여전히 교육부장관이 임명제청한 교육부 관리가 임용되고 있어 교육자치 정신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는 모두 18명(학생 수가 많은 경기도교육청은 2명)의 부교육감이 있는데 모두 교육부장관이 사실상 '알박기'한 교육부 관리들인 셈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립대 사무국장 임용에서 '교육부 출신 관리에 이어 타 부처 출신 공무원까지 배제시키라'는 지시를 잇달아 내렸다. 대학의 자율성을 위해 총장과 대학행정의 자치권을 세워주려는 조치였다.
18명의 시도 부교육감 모두 교육부 관리들 차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에 "국립대 총장이 사무국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민선 시도교육감도 부교육감을 임명제청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사실상 교육부장관의 교육부 관리 '꽂아 넣기'를 방치하는 것은 최근 대통령의 국립대 사무국장 관련 지시에 비춰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제30조②항에서 "부교육감은 해당 시도의 교육감이 추천한 사람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감은 추천권을 갖는 대신 교육부장관이 임명제청권을 갖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법은 교육감이 부교육감 추천권을 갖도록 하고 있지만, 교육감이 교육부 고위 관리를 알아야 추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알 수 없는 구조"라면서 "어차피 추천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실태를 전했다.
여태껏 부교육감 임명 절차는 상당수가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부가 교육감에게 몇몇 교육부 관리를 제안하면 교육감이 받아들여 왔다"는 게 교육청들의 설명이다. "교육감들은 교육부장관과 껄끄러운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 교육부의 부교육감 인사 제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 들여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교육부장관이 부교육감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다 보니, 교육감의 추천 행위가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일부 교육감이 추천권을 제대로 행사하려고 하거나 교육부장관이 제안한 부교육감을 수용하지 않아 마찰이 벌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무척 예외적인 경우였다.
지난 2018년 3월 15일에는 시도교육감협이 총회를 열고 '교육감의 부교육감 임명권 제청을 위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요구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안건으로 올렸다.
당시 안건요구안에서 조 교육감은 "시도지사는 부시장·부지사에 대한 임명 제청권이 있는 반면, 시도교육감에게는 부교육감의 추천권만 있고 제청권은 교육부장관에게 있다"면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 간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교육자치에 대한 침해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감에게 실질적인 임명 제청권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 인사에 따라 부교육감의 잦은 교체 또는 궐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역자치단체의 시도부지사(부시장)의 경우 2명 이상이 근무하는데 이 중 한 명은 국가공무원을 임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시도지사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10조③항이 "국가공무원으로 보하는 부시장·부지사는 시도지사의 제청으로 행정안전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감에게도 부교육감 제청권을 달라는 시도교육감협의 건의에 대해 교육부는 사실상 거부했다. '신중검토' 의견을 낸 채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협의회가 이미 만장일치로 '부교육감 제청권'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시도교육감협 등에 보낸 의견에서 "부교육감 임명제청권의 이양은 중앙과 지방간의 유기적 연계 및 협조체제의 측면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교육자치가 안착화된 현 시대에서도 교육부장관이 부교육감을 임명제청하는 것은 과거 중앙집권 관치시대의 유산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면서 "대학에 교육부의 고위직 관리 꽂아 넣기를 금지한 대통령 지시의 취지처럼, 교육부장관이 부교육감을 제청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감이 지역의 실정에 맞는 인사를 임명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