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땅을 통행할 수 있게 해준 우리 옆집 어르신 어머니께 진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몇 초간의 정적 이후, 정동균 전 군수는 "감사할 뿐이다"라고 문장을 마무리했다. 본인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필지를 구매한 사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장면이다. 현장에는 정 전 군수에게 땅을 판 '옆집 어르신'을 대신해 그의 딸도 함께였다.
12일 오후, 정동균 전 군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앞서 <조선일보>는 '민주당 전 양평군수, 예타 통과 앞두고 원안 종점 땅 258평 샀다'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정 전 군수가 지난 2021년 3월 자택 앞 3개 필지(853㎡, 약 258평)를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 민주당이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원안대로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정동균 전 군수가 재산상 이득을 취할 개연성이 있다는 취지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를 근거로 민주당에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대안 노선'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준다면, '원안 노선'은 정동균 전 군수에게 특혜를 준다며 일종의 '맞불'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정동균 전 군수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를 직접 반박했다.
"어르신이 부탁해서 사게 된 것"
정 전 군수는 "20년 살아온 맹지 주택의 진입로 확보도 부동산 투기인가?"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조선일보>의 보도가 "사실을 호도한 기사"라고 꼬집었다. "지난 20년간 살아온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384-5번지는 집이 다른 사람 땅으로 사방이 둘러싼 맹지"라며 "집을 가로막고 있던 어르신이 '저(정동균 전 군수)밖에 살 사람이 없다'고 해서 사게 된 것이지, 결코 부동산 투기가 아니다"라는 해명이었다.
그는 "현재 사는 집은 사방이 다른 사람 소유의 땅으로 둘러싸인 맹지"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집을 구입할 당시도 이 집은 지적도상으로 맹지였지만, 집 앞 토지에는 다른 건물이 없는 공터여서 통행에는 별문제가 없는 상태였다"라며 "이웃 간에 몇십 년씩 알고 지내는 시골에서 이런 경우는 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21년 3월경, 집 앞을 가로막고 있던 3개 필지에 사시던 어르신이, '집이 추워서 이사를 가려고 한다'며, 저에게 몇 번씩 살 것을 권유했다"라며 "그저는 다른 사람이 그 땅의 주인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행 대출을 받아 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집 할머니가 땅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밖에 땅을 살 사람이 없다고 간곡히 제안하셨기 때문에 사게 된 것이지, 고속도로를 염두에 두고 산 땅은 결코 아니다"라고도 재차 덧붙였다.
정리하면, 정동균 전 군수가 본래 소유하고 있던 땅은 주변 사유지에 둘러싸여 도로와 닿지 못한 맹지이다. 다만, 이웃들이 서로 편의를 봐준 덕에 타인의 사유지를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 3개 필지를 보유한 고령의 이웃집 노인이 더 이상 그 집에서 지내기 어렵다며 자신의 땅을 사줄 것을 정 전 군수 측에 여러 차례 권유했다는 것이다.
해당 필지 역시도 맹지이기 때문에 본인 외에는 마땅히 살 만한 사람이 없었을뿐더러, 만약 타지에 거주하는 다른 사람의 사유지가 될 경우 통행로가 아예 막힐 우려가 있었다는 게 정 전 군수 측의 주장이었다.
필지 판매자의 딸 "정치 모른다... 내가 '이 땅 사달라' 부탁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친 정 전 군수는 "저와 옆집에서 수십 년 사시던 할머니가 올해 93세이시다"라며 "오늘(12일) 올라오시겠다고 하셨는데, 건강이, 기력이 좋지 않아서, 서울에 계시는 우리 따님께서 '어머니가 못 올라가시니 저라도 가서 그 땅이 고속도로와는 상관이 없고, 또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걸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큰 용기를 내고 오셨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마이크 앞에 선 딸 이강옥씨는 "그냥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왔는데, 이렇게 큰 장소에 오니까 많이 떨린다"라며 "저희는 (19)94년도쯤에 그 양평 땅을 구입을 해서 저희 어머니가 거기에 거주하셨다"라고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거주하시다가, 그 땅을 팔려고 했더니 거기가 들어가는 입구가 없는 맹지였다. 전혀 그런 걸 모르고 샀는데, 팔려고 보니까 맹지라서 이 땅을 사실 분은 바로 우리 뒷집에 사시는 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사모님이 거의 우리 어머님과 왔다 갔다 하셨고 음식도 갔다 주시고 그래서 사모님께 부탁을 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점점 건강도 안 좋아지시고, 풀이 막 나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 '나 여기 못 살겠다' 그러시는데 집을 비워두면 집이 또 망가지기에 이르니까..."라며 "집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다. 난방비도 많이 들고, 춥고 이래서 어머니가 '도저히 못 살겠다'라고 하셨다"라고도 부연했다.
결국 "사실은 제가 사정을 했다, 사모님한테. '이 땅 좀 사 달라'라고"라는 이야기였다. "저는 정치 뭐 이런 거 아무것도 모른다. 고속도로도"라며 "오로지 그냥 오늘 진실만, 내가 했던 것만 이야기하려고 나왔다"라며 "내가 사정해서 그 땅을 팔았고, 사모님은 어거지(억지)로 샀다"라는 설명이었다.
국민의힘 "국책사업을 이용한 잇속 채우기... 민주당은 사과하라"
하지만 관련한 국민의힘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도 "김부겸 전 총리의 IC 후보지 인근 땅 매입,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의 원안 종점 부근 3000평 소유와 예타 통과 직전 정 전 군수 아내의 땅 매입까지, 국책사업을 이용한 잇속 채우기의 장본인이 오히려 민주당이라는 의혹은 또 누굴 희생양 삼아 덮으려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온갖 억측으로 국책사업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든 민주당이 이제는 다시 원안으로 사업을 추진하자고 한다"라며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원안의 종점에 있는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의 3000평대 땅에 특혜를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윤 대변인은 "위선과 모순이 뭉쳐 있는 민주당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다"라며 "민주당은 사업 추진을 운운하기 전에 거짓선동으로 피해 입은 양평군민들께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