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다루고자 했던 국회 운영위원회가 14일 오전 26분 만에 산회했다.
이날 회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단독 소집했다. 국민의힘에선 운영위원장인 윤재옥 원내대표와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양수 의원만 참석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사일정에 대한 여야 간사 협의가 없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및 폴란드 순방에 따라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출석이 어렵다면서 일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만 허락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 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처가 의혹을 덮어주는 호위대냐" "(일본 정부의)오염수 투기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뭔지 확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 좌석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특위 구성 청문회 실시!'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 실시'라고 적힌 피켓이 부착돼 있었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등 답해야" vs. "운영위마저 정쟁에 판 깔아줄 수 없어"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오지도 않고 이럴 수 있나. 질문조차 못하게 막는 행위는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폐기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위원장이 회의를 정상적으로 열 의지가 없으면 사회권을 (야당에) 넘기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관련) 용역 개찰 시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이후다. 대통령기록물인 인수위 활동을 보고받고 확인해야 한다"라면서 "의혹은 덮을수록 더 커질 것이다. 국민의힘이 스스로 나서서 운영위를 열고 (자료를) 확인하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로 백지화 됐다. 이를 대통령실에서 인지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있게 답해야 하고 (이를 위한) 위원회를 정상 소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최근 여러 국정 현안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감사원 하극상 논란, 역대급 세수결손에 따른 지출구조조정과 추가경정예산안 등. 이런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인지, 국민 생각과 왜 다른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하는지 의구심이 많지 않나"라면서 "운영위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와서 대통령 의중이나 대통령실의 입장을 충분히 공유하면 진전된 토의가 가능할 텐데 논의 자체가 차단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운영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현재 해외 순방 중이다. 비서실도 (순방에) 많이 나가 있어서 운영위 질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당에서) 그럼에도 (운영위를) 하시겠다는 건 상식에 어긋난 것 아니냐. 보여주기식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오염수 방류나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매일 여야 양당이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양쪽의 주장만 내세우는 과정에서 국민이 엄청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런데 운영위까지 그런 주제로 열린다면 생산적이지 못할 것이고 정쟁에 판 깔아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툭하면 국정조사를 말하시는데, 국정조사를 하려면 실정법 위반이나 국민적 의혹이 있어야 된다. 그런데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만 의혹이 있는 것 아니냐"라며 "좀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견 교환을 통한 국회 운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7월 임시회 때 가급적 상임위 많이 열도록 독려할 것"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늘 (야당 의원들이) 말씀 주신 건 운영위에서 현안질의를 해야 하는 것도 있고 각 상임위에서 해야 하는 것도 있다"면서 "7월 임시국회 때 가급적 상임위를 많이 열어서 현안질의를 할 수 있도록 (여당) 상임위 간사들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일정 합의가 안 돼 있고 질의해야 할 대상기관이 국회 나올 수 없는 사정도 있다. 오늘은 이 정도 하고 양당 간사가 의사일정 합의가 되면 회의를 열도록 하겠다"면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이후 '다음 주라도 운영위를 열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추가 요청에는 "다음 회의 일정 관련해서는 간사 간 협의해 하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